나의 불안이 너의 먹잇감이 되지않길(19)

불안한 인간이 육아를 하면

by do Tory

최근 글쓰기가 힘들었던 이유는 어마어마한 무기력함에 잠겨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먹는 약중에 그런 효과를 내는 약성분이 있지만, 의사 선생님과 상담하며 용량을 줄여가고 있기 때문에

내가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약을 줄이거나 단약을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사실 그것보다 더 나를 괴롭히는건 나는 지금 사춘기 자녀 2명을 양육하고 있다.

서로 성별이 다르고 기질도, 성향도 다르다. 그래도 첫째가 워낙 유별나게 시작을 했고 지금도 진행중이지만 조금 얌전해 졌기에 어느정도 내성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얼마전 저녁을 먹으며 서로 게임하는 시간을 이야기하며 어느때처럼 다투었다.

사실 첫째가 둘째의 막무가내인 태도로 인해 기숙고등학교를 가고싶다고 내게 하소연을 한번 한 터였다.

첫째는 소리에 민감하다. 중이염을 자주 앓았고 두번의 귀안에 관을 삽입했었고, 지금은 연골이 거의 녹아 성인이 되면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청력이 좋지 못하다. 그래서 둘째가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내는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둘째는 첫째의 막말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둘째가 말만 하면 첫째는 화로 받아들여 공격적으로 대한다. 그래서 대화를 거부한다. 그러던 와중 내앞에서 둘의 싸움이 시작됐고, 급발진 한 첫째를 훈육했다.


말투를 바꿔야 한다고, 처음시작이 늘 말투가 공격적인것에 지적을 했다.

하지만 첫째는 둘째에게는 바꾸고싶지 않다고 완강하게 맞섰고, 결국에는 해묵은 이야기까지 꺼내며 그동안 둘째가 첫째를 위해 참아왔던것들을 이야기 해주며 얼마나 많은 배려를 받고 있는지 알려주었다.


방안에 들어간 첫째는 자괴감이 들었나보다. 결국 나에게 울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자기자신이 너무 싫다며 자기혐오에 빠져버렸다.

아뿔사....


내가 내 아이에게 무슨마음을 심어준건가.

나는 어릴적 부모에게 받은 상처가 많아 무조건 내 부모가 나에게 했던 방식과 반대로 아이들을 대하려고 노력했다.

사랑을 받아보지 못해 사랑을 주는법도 잘 몰라 내가 알고 배운 것들 중 가장 귀하디 귀한것들로, 가장 사랑이 가득 담긴것을 아이들에게 주려고 노력했고

그런 마음으로 양육하다 보니 어렸을 적 받은 상처를 스스로 치유가 되는것도 경험했다.


하지만 나는 아이에게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부정하게 만들고, 나의 우울과 나의 자기혐오가 아이에게 깃든것 같아 심장이 철렁 했다.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내가 줄수 있는 최대치를 주어도 내가 가진 기질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쳤다는것이, 나의 불안도 아이가 배울까 너무 무서웠다.


사춘기라 그래, 누구나 그럴수 있어 라는 말로 위로를 받긴 했지만 나라는 사람은 여전히 나자신을 향해 칼을 꽂는다. 너는 부모 자격이 없어. 어차피 너에게서 나오는 가장 귀하디 귀한것도 이미 때가 탄것일 뿐이야,


내가 그래도 살아야할 유일한 목적과도 같은 나의 아이들이 내가 가장 가르쳐 주기 싫은 것을 배워 나에게 쏟아 냈다는것이 나를 무너지게 했다.

고민에 고민을 하다 첫째에게 장문의 메세지를 보냈다.


우리 00이를 세상 누구보다 마음이 단단한 아이로 키우고 싶어서

엄마가 세상에서 받아보지 못한 사랑으로만 가득가득 채워서

세상에 서는 발이 단단하기를, 어떤 태풍이나 비바람이 와도 휘어지긴 해도

부러지지는 않길, 그게 내가 주는 사랑에서 비롯되기를 엄마는 늘 바래왔어

하지만 나는 너에게 사랑만 주고 니가 스스로 이겨내는 방법을 알려주지 못한것 같아.

엄마는 이제 너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감정을 이겨내는 법을 알려주려고 해


처음에는 너의 기숙고등학교도 생각해보고 따로 분리되어 사는것도 생각해봤지만 피하는건 답이 아닌것같아

비단 이 문제 뿐만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며 너의 기분대로 하지말아야 할것들을 하나씩 체득하며 깨달았으면 좋겠어. 엄마도 엄마역할이 처음이라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잘 커볼께.

너도 뒤에 엄마가 있다는것을 잊지말고 왜 동생이 싫은지, 동생과 왜 이렇게 감정적인 에너지를 소모하면서까지 싸워야 하는지 생각해보고 잘 이겨내보자

그리고 너가 동생을 함부러 대하면 동생은 아 가족도 나에게 이렇게 함부로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내게 함부로 하는것도 당연하구나 라는 마음을 갖게 될것이고, 자신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과 잘해주는 사람을 스스로가 판단하지 못하게 될것이라고,

너의 단순한 짜증이 그아이에겐 세상을 대하는 하나의 기준점이 될수도 있다라고 메세지를 보냈다.


첫째는 너무 잘 이해를 했고, 동생이 밉다고 했던건 진심이 아니었다고 사과하고 동생이 그렇게 영향을 받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자기 마음을 바꾸겠다고 답을 받았다


이렇게 사소한것조차에도 나는 불안에 떨며 수십번의 마음에서 태풍이 일었다가, 잠잠했다가 다시 뒤집어지고 남들이 보기에는 굳이 그럴필요가 있냐는 일들에도 내마음은 이렇게나 수선을 떤다.


40대 중반에 이르렀는데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모르는것이, 경험해보지 못한것이 너무 많다는게 무섭다.

나의 불안은 정말 치유되지 않는것일까. 앞으로 살아가야할날들이 아득하기도 하다.

이렇게 계속된 불안을 가지고 나는 잘 살아갈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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