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내려놓고선 잊어버린 채 마시지 않았던 에스프레소 샷에서
낡은 모텔 방 냄새가 났다.
순간
어떤 사람들이 떠올랐다.
솔이 솔솔 빠지는 칫솔이 떠올랐다.
대용량 케라시스 샴푸 향이 떠올랐다.
미처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채 맞이했던 외할머니의 장례식 후, 전주 어느 모텔방에서
알프라졸람 한 알을 먹고 쓰러져 잠든 엄마의 옆모습이 떠올랐다.
낡은 침대에서 본 수많은 영화들의 강렬했던 장면들이 떠올랐고
옆의 누군가와 나누었던 대화의 조각들이
눅눅한 공기 속에서 데워진 숨결들이 떠올랐다.
그 장면들 속으로 돌아가서
울고 있는 마음들을 안아 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