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걱정으로 잠 못 드는 밤이 늘어날 때면

마음노트

by 보미



세상에 '걱정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누구나 크든 작든 앞으로 벌어질 어떤 일을 걱정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니 걱정을 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죠.

우리는 모두 걱정할 때가 있고, 걱정으로 힘겨운 날을 보내기도 해요.


하지만 걱정이 하나둘 쌓이고 쌓여, 심장이 두근거리고, 가슴이 답답해지고, 이런저런 생각들로 잠에 들지 못한 채 뒤척이는 밤이 반복되다 보면...

우리는 종종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왜 이렇게 걱정이 많지?"

"쓸데없는 걱정이야."

"생각하지 마, 떠올리지 마."


그런데 참 이상하죠.

생각하지 않으려 하면 할수록, 저 밑으로 들어가라고 꾹꾹 누르면 누를수록,

걱정은 더 강하게 떠올라 나를 더 괴롭게 만듭니다.

마치 눌러도 눌러도 튀어 오르는 공처럼요.


그렇게 걱정과 조용한 씨름을 이어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창밖으로 희미하게 밝아오는 아침햇살을 마주하게 됩니다.






마음노트

걱정으로 잠 못 드는 밤이 늘어날 때면






걱정과 대화 나누기



당신은 어떤 걸 걱정하시나요?


제출한 보고서에 문제가 있으면 어떡하지? 내일 상사에게 혼나게 되는 건 아닐까?

동료들과 이야기하다 말실수해서 나쁜 인상을 주면 어쩌지?

친구들이 나를 따돌리면 어떡하지?


우리는 걱정을 할 때 대개 걱정되는 그 '상황'에만 몰두합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대처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생각하죠.

그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요.


이렇게 대처했을 때, 또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떡하지?

내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결국엔 또 다른 걱정으로 이어지죠.


하지만 걱정의 말에 조금 더 귀 기울여보면, 그 안엔 그동안 눈치채지 못했던 감정의 목소리가 숨어있어요.


내가 맡은 일을 잘 해내지 못해서 팀장님이 실망할까 봐 무서워.

사람들에게 부족한 모습으로 보일까 봐 부끄러워.

친구들이 멀어질까 봐 두려워. 나 혼자인 게 외로워.


이런 목소리들이요.


우리는 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할까요?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 게 너무 무서우니까, 두려우니까. 상상만 해도 식은땀이 흐르고, 뒷목이 뻣뻣해지니까. 그래서 우리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계속 상상하고, 떠올리죠.


하지만 정작 그 두려운 마음의 목소리는 잘 들어주지 못한 채, 머릿속에서 걱정을 없애는 데만 집중합니다. 어떻게든 마음가짐을 바꿔보려 애쓰며, 내면의 목소리를 침묵시키기도 하죠.


걱정과의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걱정의 말 안에 숨은 감정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거예요.


자, 오늘도 걱정으로 잠이 오지 않는다면, 따뜻한 차 한 잔을 준비하고 걱정과 마주 앉아 보죠.


당신의 마음속에서 걱정하는 부분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요?

아주 새까만 덩어리일 수도 있고, 알록달록 엉켜 있는 실타래일 수도 있겠죠. 자꾸만 의자 아래로 흘러내리는 모습일 수도 있고, 딱딱하게 굳어버린,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모습일 수도 있어요.

그게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그걸 조심스럽게 꺼내어, 내 앞에 마주 앉혀보는 거예요.


"뭐가 그렇게 걱정돼?"

"어떤 게 너를 그렇게 두렵게 만들고 있어?"


조심스럽게 질문하고, 따뜻하게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걱정의 이야기를 먼저 다그치기보다 인정해주세요.


"그게 네게 너무 두려워서 그런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구나."


내가 가진 두려움을 알아주세요.

상사에게 혼이 날까 봐 심장이 튀어나올 듯 두근거리고, 몸은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버리고,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던 순간,

작은 실수에도 한없이 초라해졌던 마음,

잘하고 싶은데,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은데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아 속상하고 부끄러웠던 감정들까지.


때론 눈물이 날 수도 있어요. 그럴 땐 그 눈물을 억누르지 말고, 조용히 흘려보내 주세요.

그리고 그 감정을 말로 표현해보세요.


"너무 무서워." "정말 속상해." "외로워." "부끄러워."


그냥 그런 마음들이요. 감정을 말로 내어 놓는 건, 그 감정과 연결되는 첫걸음이에요. 그렇게 내 마음을 인정하고 나면, 어느새 스스로를 다정하게 감싸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몰라요.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요.


"괜찮아."

"실수해도 돼."

"모두 그런 순간이 있어."


그런데 때론, 그런 다정한 말이 쉽게 나오지 않을 수도 있어요.


"네가 잘했으면 이런 걱정은 안 했겠지."

"그런 일이 생기는 건 다 네가 부족해서야."


아주 오랫동안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왔다면,

아마도 "괜찮아"라는 말을 꺼내는 일이 어색하고 멀게만 느껴질 수도 있어요.


어쩌면 지금 당신에겐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보다 다그치는 게, 두려운 감정을 마주하는 것보단 앞으로 해나가야 할 것들을 계획하는 게 더 쉽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괜찮아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껴요.

다만 주의할 건, 그 비판적인 목소리에만 집중하다 보면 또다시 걱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는 거예요.

자꾸 생각은 이어지고, 감정에서는 점점 멀어져요.


나를 다그치는 목소리가 올라온다면, 그 목소리를 억누르려 하기보다 그냥 알아차려 주세요.


아, 내가 지금 또 나를 몰아붙이고 있구나. 지금 이 말이 내 마음을 더 아프게 하고 있네.


그리고 다시 돌아가, 걱정하고 두려워하던 그 내 마음의 진짜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세요.


맞아, 난 부족하다고 느껴졌어.

그래서 너무 아팠어.

그게 너무 무서웠어.


그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나의 아픔을, 상처 입은 마음을, 아무도 몰라줬던 그 외로움을.

이 순간만큼은 안아주세요.



이런 대화가 처음엔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눈다는 게 익숙하지 않은 일이니까요.

입 밖으로 말하지 않더라도, 글로 써보는 것조차 처음엔 쑥스럽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어요.

그럼에도 조금씩 시도하다보면,

이런 시간이 얼마나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지 자연스럽게 느껴지게 될 거예요.


그러니 걱정으로 잠 못 드는 밤이면,

걱정을 억지로 떨처내려 애쓰기보다 오히려 걱정을 자리에 앉혀 대화를 나눠보세요.


대체 뭐가 그렇게 걱정이니?


친구와 술 한잔 기울이며 속 이야기를 나누듯,

나 자신과도 그렇게 이야기해보세요.

우리는 종종 나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조차 알기 어려울 때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작은 대화는, 당신이 보다 편안한 잠에 들 수 있도록 도와줄 거예요.




haley-truong-ZzVsxD6Zjyw-unsplash.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심리상담 이야기하기 :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