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까지 서야 해??
지지난 달이었다.
우연히 들른 마트에서 마침 그때 입고되는 포켓몬 빵을 줄 한 번 서지 않고 쉽게 두 개를 겟한 적이 있었다. 학교 마치고 오랜만에 엄마 따라 마트 동행한 둘째는 완전 신이 났고 띠부실이 원하는 게 나오진 않았지만 처음치곤 선빵(?)했다며 너무나 기뻐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 사이트를 돌아다니고 주변 지인등에게도 물어보는 등 포켓몬빵을 살 수 있는 방법들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에 들어오는 포켓몬 빵을 사기 위해 미리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대기를 하더라도 순번을 못 타면 공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포기해 버렸다. 맛집 줄도 안 서는 사람이다. 굳이 빵 쪼가리 하나 사자고 그럴 일인가 싶어서 아이들을 포기시키는 방법을 선택했다. 물론 우리 아이들은 포켓몬 빵에 집착하지도 안 사준다고 떼를 쓰지도 않는다. 없으면 어쩔 수 없지만 사주면 더 좋다 정도일 뿐.
하지만, 주변에 띠부실만 40장 모았다는 친구 얘기를 부러움에 찬 목소리로 은근슬쩍 말하는 아들을 보면 괜히 내가 무능력한 엄마처럼 느껴져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친구 아빠는 매일 포켓몬 빵을 두 개씩 사 오신다며 슬쩍 흘리는 말이 왠지 '엄마는 왜 두 개씩 못 사 오시는 거죠?'라고 들리니 이거야 원.
"얘들아, 남들이 한다고 따라 하다 보면 이게 정말 나한테 필요한 물건인지조차도 인식하지 못한 채 이유 없는 집착이 되어버리기도 해. 그래서, 엄마는 포켓몬 빵을 사려고 줄을 서지도 않을 거고 중고장터에서 웃돈을 주고 포켓몬 빵을 사거나 띠부실을 구하는 짓도 하지 않을 거니까 기대 안 했으면 좋겠다"
"네~알겠어요"
착한 아이들이다.
수업이 끝나는 오후 1시가 넘으면 학교 근처 편의점엔 아이들의 줄 서기가 시작된다. 하루에 4~5 봉지 입고되는 포켓몬 빵을 사기 위해 시간 맞춰 줄이라도 서야 뽑기를 할 수 있다. 운 좋게 번호를 뽑은 사람들은 그날 포켓몬 빵을 살 수 있으니 5분 안에 희비가 갈리는 어이없는 현장이 매일 반복되고 있는 게 학교 앞 편의점의 현실이다.
와이셔츠 입은 아저씨, 아이 손 잡고 같이 서 있는 엄마, 만 원짜리 한 장 손에 쥐고 혼자 서 있는 아이등등 5분 뒤 일어날 상황은 아무도 모른 채 오늘의 행운은 내가 잡길 그 찰나에 기도하고 있겠지. 우는 아이들부터 샀다고 바로 누군가에게 전화로 보고하는 아이들까지 5~10분 사이에 편의점은 포켓몬 빵 하나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희비가 교차된다.
며칠 전, 잠시 학교 근처 편의점에 들른 나는 찾는 물건이 보이지 않아서 한참을 매장 안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점장 아줌마가 나한테 큰 소리로 얘기를 한다.
"저기!! 저기 찾아봐요~~"
"네?"
"거기 냉장커피 칸 밑에 안보이는교?"
"네??"
"잠깐 있어보이소. 내가 가서 찾아줄게요"
도대체 뭘 찾아준다는 거지? 나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는데?
"여기 있잖아요. 오늘 희한하게 애들이 세명밖에 안 와서 하나가 남았어요"
"아...... 포켓몬빵...."
"물어보면 있다 없다 할 텐데 찾고 있었쓰요?"
'아닌데, 난 아닌데...'
일부러 와서 내 손에까지 쥐어주는 포켓몬 빵을 모른 척할 이유는 없을 거 같아서 감사하다며 계산하고 나왔다. 뭐지? 이 당황스러움은?
그렇게 손에 넣은 포켓몬 빵을 아이들에게 오다 주웠다 느낌으로 주고 나니 뭔가 큰 일을 한 사람 같은 우쭐함이 생겼다. 아. 한심한 엄마.. 뭐 줄 서서 산 건 아니니까 괜찮지 뭐. (아니, 애들이 원하면 줄 서서 사다 줘도 될 일을 오기도 아니고 어쩌면 그게 더 한심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 뒤로 포켓몬 빵을 우연히 얻는 행운(?) 은 생기지 않았다. 적어도 오늘까지는 말이다. 줄을 서지는 않았지만 입고되는 시간에 일부러 들른 적은 몇 번 있다. 그때마다 허탕이었던건 당연지사다.
그렇게 몇 번 실패를 하고 나니 이제 정말 포켓몬 빵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대신 아들에게 포켓몬에 나오는 이상해 씨 무선 마우스를 선물해 주었다.(피카츄를 먼저 샀으나 불량이라 반품..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
이게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물론, 줄 서서 포켓몬 빵을 사다 주는 내 수고를 덜고자 택한 방법이긴 하지만, 어찌 보면 반영구적으로 포켓몬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니 아이도 나도 만족스럽다.
그리고 제발.. 이제 포켓몬 빵 신상 좀 그만 만들어 줘요! 관계자 여러분! 대한민국 초딩 엄마 피곤합니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