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우리 곁을 떠나버린 당연했던 것들
처음으로 여행이 우리를 떠났습니다.
여행이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여행이 있던 일상의 소중함을.
얼마 전에 우연히 보게 된 아시아나항공의 광고 멘트다.
2020년 1월 말부터 시작되어 8개월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의 삶은 이전과는 정말로 많이 달라졌다.
너무나도 당연하고 익숙했던 것들이 이제는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되었다.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 만나면 서로 악수하는 것,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만나는 것, 카페에 오래 머무르면서 책을 보는 것, 운동하고 사우나를 하는 것,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장에 가서 환호하면서 마음껏 즐기는 것, 응원하는 스포츠팀의 경기를 보러 가는 것 그리고 떠나고 싶으면 언제든지 어느 곳으로든 여행을 가는 것까지. 이제는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되어 버렸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사람들 사이에 거리가 생긴 것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타인과의 물리적인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가상적인 수단을 통해 연락을 하고 업무를 한다. 이제는 누구한테든 예전만큼 친밀하게 다가갈 수 없게 되어 버렸고, 누군가가 자신이 생각한 적당한 거리보다 좁혀오면 자신도 모르게 흠칙 놀라게 되어 버렸다. 이렇게 사람들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지면서 심리적인 거리까지 멀어지게 되고, 그렇게 사람들은 더 외로운 존재가 되어 버렸다.
예전 2016년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번째 노미네이션 끝에 영화 레버넌트(The Revenant)로 드디어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수상소감을 밝히면서 "이 지구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맙시다. 나도 오늘 밤을 당연시하지 않겠습니다(Let us not take this planet for granted. I do not take tonight for granted)."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올해 2020년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한 이와 같은 경고가 현실화된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코로나19 사태 외에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오랜 기간인 49일 동안 장마가 지속되었고, 중국 역시 홍수로, 유럽과 미국은 폭염으로 그리고 캘리포니아주는 산불로 난리다. 2020이라는 숫자에서 오는 희망과 기대감을 가지고 시작한 2020년이 이제는 대재앙의 시발점이 아닌가 하는 기분까지 든다.
과연 다시 사람들이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 악수나 포옹을 하면서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는 날이 돌아올까? 날씨 좋은 날 길거리에서 환하게 웃는 사람들의 온전한 얼굴을 다시 볼 수 있게 될까?
모든 여행의 마지막은 제자리로 돌아왔듯이
우릴 떠난 여행도 그리고 일상도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아시아나항공 광고의 마지막 멘트처럼 하루빨리 다시 그런 날이 돌아오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