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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한 여행자 Aug 16. 2022

사라져 가는 모든 것들을 위한 시

햄치즈 파니니, 차돌 샌드위치 그리고 아이스 라떼

얼마 전에 방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제주도의 푸른  편에서 황지사 사건으로 제주도 재판에 가게  정명석 변호사가 이전에 매우 맛있게 먹었던 <행복국수> 고기국수를 먹으러 갔다가 폐업을  사실을 알게 되어 몹시 아쉬워 하자 우영우 변호사를 비롯한 법무법인 한바다 변호사들이 위암 3기인 정명석 변호사를 위해 <행복국수> 사장님을 수소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고기국수 하나 때문에 뭐 저렇게 까지 하나 싶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세상에 영원히 맛볼 수 있는 건 없다.


얼마 전에 하루 세끼 중 한 끼 정도는 꼭 먹으러 가는 <르뱅 룰즈>(levain rules)에서 개업 이래 1년 가까이 계속 판매했던 햄치즈 파니니를 단종시키고 대신 까망베르 머쉬룸 파니니를 출시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햄치즈 파니니가 파니니 종류 중에서 판매율이 제일 저조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오븐에 살짝 데워 치즈가 살짝 녹은 햄치즈 파니니를 무척 맛있게 먹었는데 이제는 세상 어디서도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되어 버렸다. 다른 빵집에서도 햄치즈 파니니를 먹을 수 있겠지만 내가 즐겨 먹던 <르뱅 룰즈>의 그 맛과 같을 수는 없다.




또 작년 10월에는 5년 가까이 주말에 석촌호수에 갈 일이 있을 때면 늘 브런치를 먹으러 갔던 송리단길에 있던 <베르베르>(vertvert)가 문을 닫는 일이 있었다. 차돌 샌드위치와 새우 아보카도 샌드위치가 일품이었는데(그리고 한동안 판매하다 단종된 더티비프치즈 샌드위치까지), 사장님한테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갑자기 가게를 정리하셨다. <베르베르>가 문을 닫고 나서는 석촌호수에 갈 때면 뭘 먹어야 할지 방황을 하게 될 정도로 석촌호수에 가면 망설임 없이 늘 들렀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 맛을 볼 수 없게 되었다.


<베르베르> 최애 메뉴 중 하나였던 더티비프치즈 샌드위치




이런 건 비단 음식뿐만이 아니다. 사법연수원에 다니던 시절 후문 쪽에 <키다리 아저씨>라는 카페가 있었다. 카페 이름처럼 키가 크신 바리스타분께서 커피를 만들어 주는 곳이었는데, 아직도 그곳에서 점심, 저녁 하루 두 잔씩 마시던 아이스라떼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당시 같이 공부하던 친구랑 <키다리 아저씨> 커피가 없었으면 연수원 수료를 못했을 거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힘든 사법연수원 시절을 버티는데 큰 힘이 되어 주었다.


<키다리 아저씨> 카페 바로 옆에 당시 성업 중이던 <카페베네>가 있었지만 나 같은 마니아 층이 있어 꿋꿋하게 잘 버텼는데, 연수원 2년 차가 되던 2012년에 바로 근처에 <스타벅스>가 생긴 영향이었는지 시보 생활을 하고 몇 개월 후에 와보니 <키다리 아저씨> 카페가 다른 가게로 바뀌어 있었다.


연수원에 있을  문을 닫았더라면 주인아저씨한테 향후 계획이나 연락처라도 물어봤을 텐데 그러지도 못했고,  1 넘게 하루에  번씩 얼굴을 봤던 분인데 작별인사도 못한  못내 아쉬워 당시 <키다리 아저씨> 커피 마니아였던 나와 친구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법무법인 한바다의 변호사들이 <행복국수> 사장님을 찾았던 것처럼 인터넷 검색을 통해 <키다리 아저씨> 찾기로 했고, 그리 멀지 않은 일산 풍동 애니골에 동일한 상호의 카페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막상 애니골에 찾아 가봤지만 그런 카페는 없었고, 그렇게  이후로 <키다리 아저씨> 아이스 라떼는 먹을  없게 되었다.


그동안 여러 종류의 맛있는 커피를 맛보았고 입맛도 많이 변해서 아마 지금 다시  <키다리 아저씨>의 아이스 라떼를 마시게 되더라도 예전의 그 감흥을 느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법연수원 시절을 떠 올릴 때면 언제나  <키다리 아저씨>가 만들어준 아이스 라떼의 첫 모금을 마실 때 입 안에서 퍼지던 그 맛, 그 느낌도 같이 떠오른다.


사법연수원 후문쪽에 있었던 <키다리 아저씨> 카페


<표지 사진 출처 - 르뱅 룰즈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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