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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한 여행자 Dec 30. 2020

코로나 시대의 시네마 천국

무엇으로부터든 위로가 필요한 코로나 시대

코로나19로 시작한 2020년도 어느덧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1월 말에 코로나19 사태가 처음 터졌을 때에는 예전의 사스(SARS)나 메르스(MERS) 때와 같이 금방 괜찮아질 것이라고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1년이 다되어 가도록 지속되고 점점 심각해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런 코로나19 덕분에 2020년을 돌이켜 보면 기억에 남는 일이 별로 없다. 해외여행은 커녕 국내 여행도 맘 편하게 가지 못했고, 누구를 마음 편하게 만나지도 못했던 것 같다. 2.5단계로 격상되고 나서는 퇴근하면 집에 가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일도 없게 되어 버렸다. 심지어 살면서 처음으로 만약 남은 인생을 올해처럼 살아야 한다면 그다지 오래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렇게 코로나19로 인해 안 그래도 지구에서 홀로 고독한 존재인 인간은 더욱 고독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코로나19 덕에 좋았던 것을 굳이 하나 꼽자면 신작 영화들의 개봉이 취소되거나 연기된 덕분에 극장에서 예전 영화들을 재개봉해준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개봉한 지 10주년 정도 되어야 극장에서 인심 쓰듯이 특별 재상영을 해주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신작들의 개봉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자 앞 다투어 명작들을 재개봉해줬다. 덕분에 올해만 해도 예전에 극장에서 미처 못 봤거나 한 번 보기는 했지만 극장에서 다시 보고 싶었던 영화였던 <라라랜드(LALA Land)>, <원데이(One Day)>, <트로이(Troy)>, <킹덤 오브 헤븐(Kingdom of Heaven)>, <노트북(The Notebook)> 을 다시 볼 수 있었다(코로나19가 끝나기 전에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 <가을의 전설(Legends of the fall)>, 미 비포 유(Me before you)도 재개봉 해주길!).


<2020년 7월에 재개봉 해준 원데이>



개인적으로는 코로나19 시대에 영화관은 안에서 음식물만 먹지 않는다면 음식점이나 카페보다 훨씬 안전한 공간인 것 같다. 그리고 코로나19 덕분에 관객도 별로 없어 오히려 쾌적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어떤 때는 저녁 시간임에도 3명 정도만 관람을 한 경우도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 큰 스크린에 좋은 사운드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2시간 남짓되는 영화를 보는 시간 동안 온전히 영화에 몰입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집에서 TV나 아이패드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알게 모르게 핸드폰을 비롯한 주변의 여러 가지 사물에 신경을 쓰느라 온전한 감상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극장에서는 영화가 끝나고 조명이 들어오는 순간 갑자기 영화 속에서 깨어나 현실이 자각될 정도로 오로지 영화에 집중할 수 있다.


앞으로 아무리 TV가 대형화되고 홈시어터가 발전된다고 해도 극장을 찾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지 않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코로나19 시대처럼 삶의 낙이 없는 시절일수록 영화를 보는 것이 생각보다 많은 위안이 된다. 마치 영화 <시네마천국(Cinema Paradiso)>에서 1차 대전이라는 혹독한 현실에 지친 사람들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면서 잠시나마 근심과 고통을 잊을 수 있었던 것처럼.


새해에는 다시 마스크를 쓰지 않고 관람객으로 꽉 찬 영화관에서 마음껏 웃고 울면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소망해본다.


<영화 시네마천국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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