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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전에 여자 목소리가 떠올랐는데, 이 목소리 누구였지?가 해소되지 않아, 아직도 반복재생 중이다.
약간 식혜 같은 목소리로 맑은 목소리는 아니고, 탁하지는 않지만, 두께감은 있는 그런 목소리다. 창원 사투리를 쓰고, 억양이 강한 편은 아니다. 목소리 높이는 중간보다 살짝 높아서 발음이 또렷하면서도 오래 들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지금 구간 반복하고 있는 대사는 ‘일단 그건 아니고, 내 말부터 들어 봐봐.’이다.
창원 사투리를 쓰지만 강하진 않았다.. 고향 친구들은 아니고 서울에서 알게 된 목소리다. 기억나는 비슷한 목소리를 모두 대조해보았지만, 일치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대조하는 작업에서 찾고자 하는 목소리가 자꾸 닳고, 다른 목소리가 겹쳐져서 비교하는 작업을 멈추었다.
말투를 봐서, 동갑인 것 같은데 확실치는 않다. 어쩌면 한두 살 아래인 것도 같다. 내 이름이 들어간 구문으로 목소리를 재생시켜보니, 매우 어색했다.
유력한 후보가 한 명 있긴 한데, 세밀한 부분에서 어긋나있는 것 같아, 정확히 그 목소리 주인이라고 판단하긴 어렵다.
연락해서 ‘일단 그건 아니고, 내 말부터 들어 봐봐’ 좀 녹음해서 보내줄 수 있냐고 부탁하는 건 나의 기준에서도 용납 가능한 멍청짓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그런 부탁이 한다면 하기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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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나에게 매우매우매우매우매우매우매우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나는 아무리 확고하게 자리 잡은 거짓 기억이라도, 그것이 정확히 거짓이라는 사실은 절대 잊지 않는다. 마치 원래 그렇게 제본된 것처럼 깔끔하게 삽입된 페이지라도, 없었던 일은 없었던 일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 목소리는, 그런데, ‘주인을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아 누구지?’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목소리는 사실 a라는 애 목소리가 변형된 것이다. 정도의 결론이 보통은 나온다. 상상이라고 해도, 머리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모두 내 경험이니, 변형이라고 해봤자 원 소스에서 그리 멀리 가지 않는다.
지금 들리는 이 목소리는 아주 사소한 차이로 ‘변형이 되지 않은 목소리’의 선에 걸쳐져 있다. 정확히 짝지을 주인이 있는 목소리라는 뜻이다.
서울에서 알게 되었지만, 약하게 창원 사투리를 쓰고, 그다지 친하지는 않은 동갑 혹은 한두 살 아래 목소리. 창원 사람은 분명히 아니었고.
지금 뇌 서랍을 다 빼내서 바닥에 탈탈 턴 다음 하나씩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