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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트 #11 2화

by 설다람

마른 오전이 끝나고, 점심이 되었다. 런치플레이션 때문에, 식사는 간단하게 유부초밥이다. 늘 유부초밥이었다. 초밥을 좋아했지만, 생선을 올릴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밥알에 초를 진하게 묻혔다. 혀가 아렸다. 미각을 마취시키면, 유부초밥에서 연어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와 키보드를 두드렸다. 딱딱, 어깨에 힘을 빼야지. 지겹도록 들었던 말이다.


문득 피아노가 치고 싶어졌다.


“뭘 그렇게 깔딱거리고 있어?”


곽 선배가 스치듯 물었다.


“무기력함이요.”


짓눌린 듯한 목소리로 서란이 대답했다. 동감의 뜻으로 곽 선배도 머리를 깔딱거렸다. 근무시간이면 흔히 볼 수 있는 현대인의 율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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