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푸드는 항상 그 자리를 지키지 않는다.

2화. 냉칼국수와 멀어진 사연.

by 다니엘라


소울푸드(soul food)에 관한 이야기.


어제 점심때의 일이다.
사무실에서 나와 어떤 걸로 점심을 먹을지 고민을 하는데,
오래간만에 내 머리를 스치는 메뉴가 있었다.


울산에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인의 소개로 먹어본,
냉칼국수.


냉칼국수를 한번 먹어보고 나서는 그 맛을 잊지 못해 계절에 상관없이 한 번씩 냉칼집에 들렀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홀로 남아 점심을 해결했고,
나를 만나러 온 서울 친구들과 울산의 맛을 느껴보라며 냉칼집을 찾았다.


냉칼국수는
나에게는 시원하고 칼칼함을 찐하게 느끼고 싶은 날이면 찾게 되는 대표적인 소울푸드였다.


냉칼국수는
차갑고 새콤 달콤 짭짤하며 상쾌한 맛이다.
세상에 그런 맛이 어디 있냐고 물어본다면,
일단 한번 드셔 보라고 권하고 싶다.


냉칼의 똑부러지는 자태

무생채가 그릇을 덮을 정도로 잔뜩 들어가고,
고소한 계란 지단과 오이, 그리고 김가루는
그저 색감을 채우고 맛을 거들뿐이다.
진짜 중의 진짜는 이 집 특유의 ‘다진 양념’에 있다.
주문할 때 필수로 해야 할 말이 있다면,
“다진 양념은 종지에 따로 담아주세요! 많이요!!”이다.


그리고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다진 양념을 서서히 늘려가며,
맵 짤의 최상의 조합을 완성시킨다.
사이드 메뉴로 등장하는 콘 마요 샐러드와 어묵으로 매운맛을 중화시키며 먹는 내내 행복을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배를 퉁퉁 두드리며 냉칼국수 집을 나오면 그걸로 그날의 행복은 90% 이상 채워진다.


다른 동네로 이사를 다녀오느라,
2년 이상 냉칼국수 집에 발길이 닿지 않았다.


몸속의 온갖 세포를 동원하여 첫 아이를 키우느라 지친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고 싶은 날이면 나 홀로 먹던,
속 시원한 ‘냉칼국수’를 기억하며 다시 그곳을 찾았다.


사장님도 메뉴도, 반찬도,
그리고 심지어 손님들이 꽉 차있는 풍경마저도 그대로였다.


그런데,
몇 년 만에 젓가락을 듯 냉칼국수의 맛은
이전의 그것이 아니었다.


여전히 맛이 있었고,
여전히 시원했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소울푸드의 맛은 아니었다.
이제 더 이상 감히 소울푸드라고 명명할 수 없게 되었다.


몇 년 사이에 냉칼국수가 변한 것이 아니라,
내가 완전히 변해 있었다.

남편을 출근시키고,
아이까지 바쁘게 등원시킨 후
홀로 집에 남아 청소를 하고 나만의 시간을 꾸려가야 했던 그때의 내가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여전히 남편과 아이들을 먼저 보내지만,
나 역시 아침이면 갈 곳이 생겼다.
홀로 넓은 집을 지키며 불안한 미래를 점치던
그때의 나를 지우고
새로운 나를 만나고 나니,
냉칼국수는 더 이상 나의 소울 푸드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다른 음식보다 조금 더 맛있는 음식 그 이상도 그 이하고 아니었다.


소울푸드.
한번 해병대는 영원한 해병대처럼,
한번 소울푸드는 영원한 소울푸드가 아니다.


그때에 나에게 필요하고,
그때에 나에게 위로를 주는 음식이 소울푸드인 것이다.


나와 내 주변의 환경은 늘 변하며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도 수시로 변해간다.
마찬가지로 내 마음을 울리는 소울푸드도
시간이 흐르며 변해간다.


아쉽지만,
영원한 소울푸드라는 것은
기억으로 존재할 수는 있지만,
그때의 느낌과 그 맛으로 남아있긴 힘들다.



오랜 소울푸드를 찾았다가
실망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실망을 선택하지 말고
이제는 새로운 나만의 소울푸드를 찾는 작업에 마음을 기울여 보기 바란다.
언제나 시작이 있을 뿐 영원한 것은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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