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단어가 주는 반짝이는 특별함 때문인지,
불타는 사랑을 뛰어넘어
안정적인 가정을 이룬 이들은 하나같이
이 단어를 입밖에 꺼내는 일이 흔치 않다.
대화의 한 토막에 설렘이 자리를 잡더라도,
주로 부정적인 내용을 대변하는 희생양이 되곤 한다.
“아~ 우리는 더 이상 설렘 따위는 없어.”
“좀 설레 보고 싶다.”
“설렜던 날이 있었는지 기억도 안나.”
죄 없는 설렘은 대화의 도마 위에서
실컷 난도질을 당하고선
너덜너덜해진 채로 내려온다.
우리 인생에 정말 더 이상 설렐 일은 없는 걸까?
딱 잘라서,
그 렇 지 않 다!!
사실은,
우린 하루에도 수차례씩 설렘을 경험한다.
이성 간의 불꽃 튀기는 설렘도 설렘이지만,
그것 말고도
이 세상에는 크고 작은 다양한 설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루를 찬찬히 둘러보면
나도 당신도
하루 종일 설렘을 안고 살아가는 중이다.
나와 당신이 모르고 스쳤을 그 '설렘'을 기억하며
짧은 시를 지어 보았다.
<당신은 설렜을지 모른다>
아침에 눈을 반짝 떴을 때
온 집안을 가득 채우는 햇살,
또는 홀로 고요히 느끼는 새벽의 꾸밈없는 찬 공기 덕분에
당신은 설렜을지 모른다.
오늘 아침에는 뭘 먹지?
향기로운 커피 한잔과 부드러운 빵 한쪽을 떠올리며
당신은 설렜을지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 눈꼽도 덜 뗀 아이가
"엄마, 엄마!" 하며 달려와서 안길 때,
당신은 설렜을지 모른다.
출근길 버스에서, 자가용에서
우연히 듣게 된 추억의 노래 덕분에
당신은 설렜을지 모른다.
무거운 어깨로 사무실에 들어서는 당신에게
동료가 건네준 라떼 한잔 덕분에
당신은 설렜을지 모른다.
지난 프로젝트를 마감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당받았을 때 한숨부터 나오겠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당신은 설렜을지 모른다.
정신없이 보낸 오전 시간을 뒤로하고
점심메뉴를 고를 때
당신은 설렜을지 모른다.
점심 식사 후
밥보다 더 든든한 대용량 커피를 고르며
당신은 설렜을지 모른다.
퇴근길 지옥철 속에서도
집으로 돌아가면 당신을 어김없이 맞이할
포근한 침구를 떠올리며
당신은 설렜을지 모른다.
내일이면 시작되는 연휴를 떠올리며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간
당신은 설렜을지 모른다.
온종일 설렘을 안고 살아가는 당신 덕분에
어려운 시기도 추억처럼 뒤로 할 수 있고,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는 또 하루를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