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체로 떠나게 될 첫 제주여행
화요일 오전 일터에서 가장 바쁠 것 같은 시간, 남편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여보, 이번 근로자의 날에 휴가를 조금 붙여서 제주도 다녀올까요? 비행기 티켓이 저렴하네요!"
"음.... 신용카드만 터지지 않는다면 여행은 언제나 오케이죠!"
약 2개월 만의 부부 작당 모의가 시작되었다.
얼마 전 남편이 회사에서 주최한 ㅇㅇ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게 되면서 상금을 받았고, 그중의 일부를 가족여행비로 보태보면 어떻겠냐는 남편의 제안을 덜컥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래서 돈을 못 모은다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를 여운처럼 남겼다.
여행지는 제주도로 결정되었다.
제주도는 2019년쯤 다녀온 게 마지막이었으니, 다섯 식수가 된 이후로는 처음 떠나는 제주 여행이 되겠다. 큰 아이들은 덕분에 체험학습을 2일이나 허락받게 되었고, 학교까지 빠지며 떠나는 여행이라면 제대로 된 콘셉트를 잡아야 했다.
장고 끝에 결정된 이번 여행의 콘셉트는,
휴대전화를 소유한 첫째는 여행 기간 동안 엄마 아빠에게 휴대폰을 맡기고, 게임이나 미디어 활용 활동은 전혀 하지 않기로 한다. 단, 저녁시간 숙소에서 티브이 시청은 한 시간 허락이 된다. 엄마 아빠도 맛집이나 지도 검색 등을 제외한 미디어 사용(잦은 카톡사용, 스포츠 시청)은 하지 않고 오로지 자연과 아이들과 마주하기로 한다. 심심할 땐 보드게임을, 종이접기를, 그리기를, 그리고 수다 떨기를 해보기로 했다.
미디어 없는 여행을 아이들도 동의할 경우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같은 날 저녁 8시 30분, 중대 발표를 위해 온 가족이 거실에 모였다.
아빠는 티브이 화면에 제주도 지도까지 띄워가며 여행 계획을 알렸다. 아이들은 소식을 듣자마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음악을 살살 틀어주면 춤이라도 출 기세로 기뻐 날뛰었다. 그리고 진지한 궁서체 얼굴로 이번 여행의 콘셉트를 설명했다. 첫째는 쿨하게 오케이를 했고 둘째는 "그러면 지인짜 지인짜 심심하면 어떡해요?"라고 물으며 조금이라도 게임을 허용해 달라는 눈치를 보였지만 우리 부부는 그저 다시 한번 여행의 룰을 알려주기만 했다.
모두가 여행에 동의를 했고, 덕분에 여행일까지 서로에게 너그러운 시간이 허락되었다.
참을성 없어지는 순간에도 여행을 떠올리며 참아냈고, 잔소리를 좀 쏟아부어볼까 하는 순간에도 여행을 떠올리며 급 브레이크를 걸었다. 아이들도 여행을 떠올려서 그런지 기상 시간이 앞당겨졌고, 하교 후에도 다정한 모드로 서로를 반겨주었다.
항공권과 숙박까지 예약이 완료되었다. 이제는 세부 일정을 살펴야 할 시간이다. 이번 여행은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여행이기에 아이들에게도 검색을 허용하여 세부 일정을 결정해야 한다. 여행일을 고작 3일 남겨 두고 말이다. 그게 바로 깜짝 여행의 묘미 이기도 하니 이래도 저래도 우리는 지금 매우 즐겁고 설렌다.
2월 중순 익숙한 공간과 사람들을 떠나 낯선 말투와 낯선 얼굴들을 마주해야 하는 낯선 공간으로 이사를 해 왔다. 아이들은 등교를 시작하며 금방 적응을 해냈지만, 아이들에게 늘 쉬운 시간만은 아니었던 것을 잘 알고 있다. 작은 종이 별을 접어 조심스레 건네듯 아이들은 때때로 느끼는 어려움들을 마치 어려움이 아닌 것처럼 자신들의 이야기에 녹여내곤 했다. 본인들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그 일은 어려운 일이었고, 이미 잘 극복해 냈음을 인증하는 대화들이 대부분이었다. 적응에 대한 피로감, 그리고 다섯 식구가 북적이며 사는 중에 대가족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피로감도 조금은 느꼈을 우리 가족이 우리 가족에게 스스로 힐링을 선물하기로 했다. '빨리빨리'와 '네이놈!'이 난무하지 않는 여행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깜짝 여행을 향한 설렘을 꼬옥 끌어안고 아이들과의 너그러운 소통이 가득한 날 되기를 꿈꿔본다.
그리고, (팬심을 담아...)
성시경이 부릅니다.
[제주도의 푸른 밤]
https://youtu.be/17RxJrq2fYU?si=8jQi1T_MGM4vwbPq
다음 주는 아마? 제주도 이야기로 만날 수 있겠죠?
목요일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