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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Sep 29. 2020

육아. 작은 결심으로 시작하는 하루.

아이를 바라보며 사랑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시간.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 다이애나 루먼스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먼저 아이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집은 나중에 세우리라

아이와 함께 손가락 그림을 더 많이 그리고
손가락으로 명령하는 일은 덜하리라

아이를 바로 잡으려고 덜 노력하고
아이와 하나가 되려고 더 많이 노력하리라
시계에서 눈을 떼고 눈으로 아이를 더 많이 바라보리라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더 많이 아는데 관심 갖지 않고
더 많이 관심 갖는 법을 배우리라

자전거도 더 많이 타고 연도 더 많이 날리리라
들판을 더 많이 뛰어다니고 별들도 더 오래 바라보리라

더 많이 껴안고 더 적게 다투리라
도토리 속의 떡갈나무를 더 자주 보리라

덜 단호하고 더 많이 긍정하리라
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사랑의 힘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리라


어젯밤 블로그 이웃분의 글을 읽다가 발견한 시이다.
다이애나 루먼스라는 작가의 유명한 글인지 찾아보니 여기저기 인용도 많이 되어 있다.


이 시를 읽는 순간,
생각도 움직임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전율을 느꼈고,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거창하고 말도 안 되는 핑계를 쿠션 삼아
아이를 지독히도 괴롭혔던 시간들을 떠올렸다.


아이를 옥죄는 부모가 되지 말아야지,
많이 웃는 행복한 아이로 만들어 줘야지
했던 지난날의 결심들은 어디로 가고
아이를 내가 만들 틀 속에 가둬두려고 무진 애를 쓰는
나의 모습만 남아 있음을 발견했다.


어제만 해도 그렇다.
아이들의 시간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무서운 얼굴의 엄마로 변신해 아이들을 닦달했다.
(어찌나 일관성이 없는 엄마인지...)


따지고 보면 위험한 일이 아니고서야
목숨 걸 일은 하나도 없는데
티끌만 한 일에도 아이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나를 본다.


그래서 지난밤 다이애나 루먼스의 글을 보며
마음을 다잡고,
오늘은 조금 더 부드러운 엄마가 되어보기로 한다.


아이의 눈을 더 많이 마주치고,
아이가 끝도 없이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
조금 더 참을성 있게 들어주기로 한다.


그리고
나의 가장 큰 약점.
‘빨리빨리’ 마법에서
아이들을 자유롭게 풀어 주기로
단단하게 결심한다.


오늘 아침 출근길,
처음으로 버스를 타고 왔다.
덕분에 20분 이상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걸어왔다.

https://pin.it/4a0A4kC


출근길 골목에서
네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와
그 아이의 손을 붙들고 내려오는 엄마는
웃고 있었지만
아이에게 자신의 틀을 강요하고 있었다.
“우리 이렇게(배꼽손)하고 인사하기로 했잖아. 왜 아까는 그렇게 안 했어. 다시 해보자.”


그 모습은
다름 아닌 나의 모습이었다.


배꼽손 안 해도 안 죽는다.
아이들이 흥이 넘쳐 한두 번쯤 이웃에게 인사를 안 해도
절대 누구 하나 죽지 않는다.
아이들도 다 안다.
자신이 언제 어떻게 인사해야 하는지
어떤 태도로 어른들을 대해야 하는지...
하지만,
아이가 놓치는 매 순간을 내가 꼬집어 바로잡고 있었다.


지나가는 길의 사랑 넘치는 꼬마 아이의 엄마를 보며
나를 보았고,
우리가...
사랑이라고 이름 붙인 행동으로
작고 예쁜 아이들에게
습관적으로 크고 작은 생채기를 내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오늘도,
다시 기본으로 돌아와서 -
엄마 기준의 사랑이 아닌
아이가 정말로 따뜻하게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랑을 나누어 주기로 마음을 다잡아 본다.


좋은 글 덕분에
오늘도 아이들의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얼굴을 떠올리며
작은 결심으로 하루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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