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맴도는 대사 #1
이번 겨울의 첫눈이 내렸다. 갑작스레, 제법 많이. 설레는 마음으로 한참을 창밖을 바라보았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겨울을 참 좋아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겨울을 느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참 좋아한다. 눈도, 아이스링크도, 스웨터도, 촛불도, 코코아도. 따뜻한 스웨터를 입고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 겨울의 불빛 아래 목도리를 칭칭 두르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나는 겨울이 주는 차가움 속에 숨겨진 따뜻함을 사랑한다.
추워지면 나는 느낄 수 있다. 불빛을 켜두는 사람의 마음을, 장갑을 건네주는 사람의 마음을, 코코아를 타주는 사람의 마음을. 추위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것을 가져가지만, 그래서 우리는 더욱 따뜻해질 수 있다. 겨울은 서로에게 더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계절인 것이다.
그중에서도 첫눈은 언제나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첫눈이 오면 누구나 누군가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운이 좋다면 그 사람과 함께 첫눈을 맞을 수도 있고 다음 눈을 기약할 수도 있겠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운이 좋은 것은 아니리라.
하지만 첫눈이 특별한 것은 그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낭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첫눈은 화려한 것이 아니다. 대개 흔적을 남기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첫눈은 첫사랑과 같고 짝사랑과 같고 지키지 못할 약속과도 같다. 잠깐의 등장으로 온갖 감상에 젖게 하는.
오늘도 손 닿으면 사라질 첫눈이, 첫사랑을 하듯 그렇게 수줍게 내려왔다.
마지막으로 사라질 곳을 찾아 이리저리 바람을 타고 천천히.
"Some people are worth melting for."
(어떤 사람을 위해선 기꺼이 녹아줄 수 있어.)
- 영화 '겨울왕국(Frozen)' 중, 올라프의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