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취미생활도 일종의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일상이 아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일상인 세상이라면, 그건 탐험을 요하는 일이니까. 반드시 다른 지역, 다른 나라에 가는 것이 아니라도,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것은 그 자체로 여행이다.
그리고 여행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한 곳을 보더라도 오래 같은 장소에 머무는 방식이 있고, 한 장소에 짧게 머무는 대신 여러 곳을 둘러보는 방식이 있다. 취미에 있어서 나는 후자다. (사실 여행에 있어서도 후자인 편이다.)
‘10년간 지속해 온 달리기 습관’, ‘8년간 꾸준한 수영으로 다져진 몸’, ‘7년간 매주 해온 독서토론회 활동’
나에게는 아마 위와 같은 수식어가 붙지는 못할 것이다. 한 가지 우물을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팔 수 있는 꾸준함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나는 나대로 무언가를 늘 꾸준히 하고 있다. 그 이유가 매번 다를 뿐이다.
나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단순한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빠르게 실행에 옮기는 의지까지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모든 사람에게는 동일하게 하루 24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으므로, 새로운 관심이 생겨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 이전에 하던 것들은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는 것.
그러니 나는 한 가지 취미를 대개 6개월에서 1년, 가끔 아주 길게는 2년 정도 하는 것이 한계다. 그래도, 정말 좋아했던 활동이라면 몇 년 뒤에 다시 시작하기도 한다. ‘10년간 꾸준히’는 아니지만, ‘10년간 할 수 있을 때마다’ 정도는 되는 것이다.
한 가지 활동을 오래오래 꾸준히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이므로 늘 존경스럽다. 그렇지만, 여러 우물을 파는 나 같은 사람 역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나의 취미생활을 기록해 보기로 했다.
나는 발레나 폴댄스나 기타나 미술에 대한 전문적인 에세이를 쓰기는 어렵겠지만, 내가 그렇게 콕 찔러봤던 수없이 많은 세상들에 대해서는 조금씩 이것저것 조잘거릴 수 있다. 그것이 독서든 요리든 뮤지컬 관람이든 말이다.
내가 낯선 여행자로서 콕 찔러본 여러 세상들은, 그곳들을 떠난 뒤에도 내 일상에 남아있다. 클라이밍은 내게 눈앞에 있는 문제에만 집중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그림 그리기는 관찰력을 통해 시야를 넓히는 법을 알려주었다. 한국어 교원 공부는 나에게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주었고, 폴댄스는 나로 하여금 성장통을 품을 수 있게 해주었다.
반복되는 일상에 활력이 필요한 모든 분들을 위해, 내가 찔러본 세상들과 그 속에서 배운 것들을 조금이나마 나누어보고자 한다. 어떤 세상을 먼저 찔러봐야 할지 잘 모르겠거나 더 찔러볼 세상이 필요하다면, 취미의 멀티버스를 탐험한 내 이야기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한 번쯤은 다른 세상에서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당신을 설레게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