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어떤 식으로든 움직이게 되어있다.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출퇴근길일지라도, 그저분리수거를 위해 집 앞에 걸어 나가는 것일지라도, 하물며 방안 침대에서 거실로 나가는 것일지라도.
한 사람이 살면서 지나는 무수히 많은 길의 수를, 가늠이나 해볼 수 있을까?
아마 우리는 출발점과 도착점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길고 짧은 이동의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을 것이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뚝 끊겨서 되돌아와야 하는 길도 있고, 운동장 트랙처럼 끝없이 반복해서 돌고 돌아야 하는 길도 있다. 목적지를 정하고 갈 때도 있지만 정처 없이 가는 경우도 많으므로, 정해지지 않은 길을 정해지지 않은 순서대로 방황할 때도 많으리라.
시간이 쌓이는 만큼 여정도 쌓인다.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길도, 맛있는 커피 한 잔 사러 향하는 길도, 소중한 사람과 함께 떠나는 여행길도. 우리가 사는 모든 순간은, 늘 여정의 일부다.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어딘가로 향하는 길, 그 가는 과정에 집중해보고 싶었다.
우리 삶이 거대한 무언가를 이루어내지 않더라도, 가고자 했던 목적지에 끝내 닿지 못하더라도, 도착지점에서 원했던 것을 찾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지나온 그 길이 아름다웠으면 된 거라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삶이라면 그걸로 완전하다고. 그런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때로는 혼자, 때로는 든든한 사람과 함께, 때로는 전혀 알지 못하는 이들과 함께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수도 없이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이 길 위에서, 당신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