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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las Aug 04. 2024

공간의 마술, 시간의 연금술 - 다니엘 아샴(1)

르네상스형 예술가 

대니얼 아샴(Daniel Arsham/이하 아샴)은 주로 건축을 바탕으로 조각, 회화, 영화, 패션, 캐릭터, 무대디자인 등의 영역에서 예술 활동을 펼쳐온 미국의 전천후 현대 예술가입니다. 저 여러 분야를 정말 한 사람이 다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광범위한 예술 행보를 보여왔는데요. 그것도 실험적으로 해본 정도가 아니라 모두 골고루 진심을 담아 작품 활동을 하고 뛰어난 재능을 보여준 천상 예술가입니다. 오브제의 일부를 파손시킨 형태로 제작하거나 그 파손된 부분에 수정을 끼워넣은 조각 작품으로 특히 유명한데 피카츄나 포르쉐같은 대중적 이미지에도 동일한 세계관을 적용해 피규어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장르와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해왔는데 NFT 또한 그의 레이더에 포착됩니다. 기존 예술과 전혀 다른 유형의 NFT아트에 그의 작품을 어떻게 녹여 냈을까요? 

대니얼 아샴

그의 NFT예술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그의 생애, 그리고 NFT를 시작하기 전까지 해왔던 예술을 보아야 합니다. 아샴은 중학교 때부터 사진을 공부하고, 고등학교는 디자인&건축 전공의 특수학교에 진학하면서 일찌감치 예술에 눈을 떴는데요. 뉴욕의 사립대인 쿠퍼 유니언(The Cooper Union)에서 회화와 건축학을 전공했고 전액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성적이 좋았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마이애미에서 여러 친구들과 함께 'The house'라는 예술 전시관을 운영했는데 이 때 엠마뉴엘 페로탕(Emmanuel Perrotin)과의 인연이 시작됩니다. 페로탕은 세계 유수의 갤러리 중 하나인 페로탕 갤러리의 대표로 현재 한국에서도 삼청동과 신사동에 2곳의 지점을 운영할 정도로 한국 미술 시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데요. 데미안 허스트의 첫 개인전을 연 적이 있으며, 무라카미 다카시를 발굴했고 다니엘 아샴이 20년 동안 전속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말 그대로 세계적인 갤러리이죠. 올해 9월~10월에는 아샴의 페로탕 전속 20주년 개인전이 파리 페로탕과 뉴욕 페로탕에서 동시에 열릴 정도로 아샴의 예술인생에서 페로탕은 가장 든든한 후원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 다른 일로 만났을 수도 있지만 직접 전시관을 운영한 적극성이 스타 예술가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2006년에는 전설적인 현대 무용가 머스 커닝햄(Merce Cunningham)을 만나 무대 디자인을 맡기도 했습니다. 아샴이 커닝햄을 처음 만난 것은 불과 25세의 청년 때였지만 2009년 커닝햄이 타계하기 전후까지 커닝햄의 회사인 Merce Cunningham Dance Company(MCDC)와 여러 차례 작업했습니다. 대표적인 협업 작품으로는 'EyeSpace'를 들 수 있어요.  기하학적이고 미래지향적 느낌의 독특한 설치물인데 무대 위의 댄서들과 잘 어울리네요. 

EyeSpace


그 뿐만이 아닙니다. 쿠퍼 유니언에서 만난 Alex Mustonen과 함께 디자인 스튜디오 ‘스나키텍처(Snarkitecture)’를 설립해 현재도 운영 중이며, 영화 회사 'Films of the Future'를 설립해 커다란 생태적 변화를 맞이할 미래 지구의 문명을 담은'Future Relic(미래 유물)'이라는 이름의 9부작 단편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이처럼 다재다능하며 영역을 넘나드는 예술활동은 디올, 티파니앤코, 디즈니, 아디다스, 포르쉐, 퍼렐 윌리엄스 등 유명 브랜드, 아티스트들과의 전방위적인 협업으로 이어집니다.


안녕하세요. 미래에서 왔습니다.

트위터 갈무리

'미래 유물'이라는 아샴 예술의 핵심 개념처럼 그는 고고학, 시간여행, 공상과학에 관심이 많은데요. 특히 2011년 이스터섬에 방문했을 때 본 모아이 석상과 고생물학 연구 원정대에게서 큰 영감을 얻어 미래 유물이라는 작품을 만들게 된 허구적 고고학(Fictional Archeology)이라는 독특한 세계관을 만들어 냅니다. 허구적 고고학의 소재들은 구형 전화기, 카메라, TV와 같이 현대 문명을 상징하는 것들인데, 이 대상들을 미래에 가져다 놓고 미래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독특한 이질감을 느끼게 합니다. 작품 중에는 포켓몬, 워크맨, 벅스바니처럼 대중문화의 아이콘들도 있는데, 마치 고대 유적지에서 발굴된 유물처럼 일부가 부서져 있어 현재를 사는 우리의 눈에 꽤나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미래에 '발견될 유물'들을 현재의 눈으로 바라보는 재미있는 발상으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참고로 아샴의 트위터에는 그의 현재 위치가 'THE FUTURE(미래)'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컨셉트 정말 확실하군요. 

Future Relic


Bulbasaur(포켓몬스터 캐릭터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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