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생성 예술의 재미있는 요소들과 함께, 이 분야 대표주자이자 2023년의 가장 핫한 NFT아티스트인 드미트리 체르니악을 만나보겠습니다.
드미트리 체르니악(유튜브 인터뷰 갈무리)
드미트리 체르니악(Dmitri Cherniak/ 이하 체르니악)은 캐나다 출신의 생성 예술(제너러티브 아트/Generative Art) 아티스트로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NFT아트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특히 생성 예술 NFT는 컴퓨터 코딩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아트 테크의 최첨단에 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생성 예술은 예술가가 컴퓨터로 코딩해 만든 알고리즘으로 만들어지는 작품을 말하는데, 그 때문에 생성 예술가는 코더(Coder) 즉, 프로그래머이기도 하죠.
체르니악은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 대학교(McGill University)에서 생리학과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는데 이런 배경이 코딩 예술을 시작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을 거예요. 그는 어릴 때부터 수학을 잘했는데 예술에도 관심 있어 세밀한 연필 드로잉을 자주 했다고 합니다.
사실 생성 예술은 대중들에게 디지털 아트 분야 중에서도 특히 더 생소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게다가 프로그래밍으로 컴퓨터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따라오기도 하죠. 특히 코딩이라는 '기술' 용어는 생성 예술에 적절한 예술적 지위를 부여하길 꺼리게 하고 묘한 괴리감마저 느끼게 합니다. 한 마디로 '이런 것도 예술인가?' 싶습니다. 미드저니(MID JOURNEY), 달-이(DALL-E)와 같은 뛰어난 인공지능 예술 창작 툴로 몇 초 만에 높은 퀄리티의 그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에 그저 컴퓨터에 명령어를 입력한 코딩을 예술로 부를 수 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죠. 여러분은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예술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때도 아니라고 했지 - 인상주의, 고흐, 그리고 뒤샹
예술에 대한 평가 기준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에 많은 분들이 동의할 겁니다. 오늘날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을 받는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들은 당시 파리 살롱 전시에서 낙선해 따로 전시를 열었고 이마저도 조롱당하며 ‘인상주의’라는 말을 탄생시켰습니다. 그 유명한 고흐도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며 평생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다 불행한 삶을 마무리해야 했죠. 전시에서 두 번이나 퇴짜를 맞은 뒤샹의 ‘샘’은 어떤가요? 변기를 떼어다 놓고 예술이라니! 하지만 2024년 현재. 모네, 고흐, 뒤샹의 작품들은 예술사에서 어떤 지위를 누리고 있나요?
샘 - 1950(1917년 원본의 복제품)
이렇게 뻔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머리로는 새로운 예술에 수용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막상 새로운 예술 형태를 접하면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코딩이라는 말에 손톱만 한 반감이 생기거나 “나는 예술에 관심 있지, 컴퓨터 코딩 따위에는 관심 없어”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새로운 예술이 등장할 때마다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다만 생성 예술에서도 예상치 못한 재미와 아름다움을 발견할지 모르니 조금만 귀를 열어볼까요?
생성 예술 감상법 – 내 아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사실 특별한 감상법은 없습니다.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느낄 테니까요. 다만 이렇게 볼 수도 있다 정도로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우선 생성 예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겠습니다. 생성 예술은 예술가가 입력하는 특정한 속성 값에 따라 만들어집니다. 형태, 크기, 길이, 색상, 패턴, 역동성 등 다양한 속성과 범위를 지정해 놓고 그 범위 안에서 무작위로 조합된 형태가 결과물로 나타나죠. 코딩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대략적으로 결과물의 형태를 예상할 수는 있지만,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낳으면 유전자에 따라 둘을 닮은 아이가 탄생하지만 수많은 변수 때문에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정확한 얼굴을 알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유전자가 '속성'이라면 유전자의 조합을 만드는 건 '코딩', 그 조합으로 나온 아기가 곧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체르니악의 다양한 링어스 작품들
이처럼 ‘정확하게 예상이 안된다’는 점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입니다. 코딩 예술은 최종적으로 작품이 나오기 전까지, 즉 구매 전까지 구매자가 갖게 될 작품의 모양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기대감이 파도처럼 몰아치게 됩니다. "대체 내가 산 작품이 무엇일까?"라면서 말이죠. 무슨 모양인지도 모르고 작품을 사는 별난 세상이에요. 어떤 선물이 들어 있는지 모르는 산타클로스의 양말 같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그 두근거렸던 작품이 애초의 기대보다 훨씬 예쁘고 재미있는 모습으로 나온다면? 사람 좋은 얼굴로 '헤헤~' 하던 내단짝 친구가 알고 보니 CIA 비밀 요원으로 밝혀지는 영화처럼 예상과 다른 반전의 모습이 나온다면? 그야말로 뽑기 왕이 된 듯한 작지만 큰 희열을, 컬렉터는 느낄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아니 이런 모습이 나온다고? 내 새끼 참 잘 생겼네!" 하면서 말이죠.
또 특이한 이미지의 생성예술 작품이 등장하면 사람들은 매우 큰 관심을 갖게 돼요. 재미도 있고 신기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면 큰 돈이 될 수도 있겠죠? 바로 위에서 보았던 ‘거위(구스, The Goose)’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데요. 동그라미와 선을 무작위로 연결시켰는데, 귀엽고 노란 거위가 탄생했기 때문이에요. 링어스(Ringers)라는 컬렉션의 한 작품인데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 보면 매우 특출나게 눈에 띄는 모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말뚝(동그라미)의 위치, 크기, 색 그리고 마치 일부러 거위 모양을 만들고 싶었다는 듯이 선들이 연결되어 얼굴, 날개, 입을 구성한 절묘한 조합. 선, 색, 면, 이음, 각도, 위치, 크기까지. 이렇게 절묘할 수 있나요? 영락없이 날개를 펼친 노란 거위가 자기를 알아봐 달라는 듯 꽥꽥 소리치는 것 같지 않나요? 사람들은 곧장 반응합니다. "와 이건 그냥 거위네. 쏘~쿨!"
"아니 그렇다고 해도 만들다보면 나올 수 있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런데 같은 코딩에서 나온 다른 작품들인 아래 이미지들을 볼까요?동그라미와 선으로 구성되었다는 점 말고는 딱히 공통점을 찾기 쉽지 않을 거예요. 그만큼 각양각색이고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하죠. 그 와중에 이런 거위 모양이 탄생한 것입니다.
The Goose(Ringer #879)
같은 컬렉션의 다른 링어스들
생성예술이 재미있는 또 하나의 특징은 ‘나만을 위한 단 하나의 작품’이 탄생한다는 겁니다. 같은 코딩으로 생성된 작품들은 두 개 이상이 동일한 색과 모양으로 나올 확률이 거의 없어요. 구매자는 세상에서 유일한 나만의 작품을 갖게 되죠. 유사한 모양의 작품이 나온다 해도 블록체인에 각각 따로 기록되는 이상 모든 작품은 유일무이합니다. 민팅이 되는 그 순간 자동으로 생성된 거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유일한 순간, 유일한 모습, 유일한 기억. 현재를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우리의 모습 같지 않나요? 우주 유일의 존재로 살아가는 개별적 자아들이 거위의 이미지에 오버렙되는 것이죠. 바로 그런 이유로 우리의 정체성을 대변하기도 하는 작품이에요. 이런 작품을 수집한다면 컬렉터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자부심과 행복을 느낄 수 있겠죠? 이 작품이 값비싸게 낙찰된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