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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las Aug 04. 2024

생성 예술, 83억 거위의 탄생 – D.체르니악(3)

원래는 압류자산이었다?

거위와 관련해 빠지면 섭섭할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합니다. 이 작품은 이번 경매에서 처음으로 판매된 것이 아니었어요. 3AC(Three Arrows Capital)라는 암호화폐 헤지펀드가 2021년 580만 달러에 구입해 소유하고 있었죠. 그런데 3AC가 루나 사태 등 암호화폐 시장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파산하자, 3AC의 채권자들이 3AC가 보유하고 있던 NFT들을 압류해 처분하기 시작했는데 거위 역시 그중 하나였습니다. 기존 소유자의 파산으로 인해 세상의 빛을 보게 된 특이한 경매 사례였던 것이죠. 

소더비 경매에 등장한 3AC의 NFT 작품들

3AC의 압류 자산 중 경매에 올라온 작품으로는 아트 블록스 설립자이자 아티스트인 스노우프로의 크로미 스퀴글즈 #1780, 타일러 홉스의 피덴자 #216, 라바 랩스의 좀비 크립토펑크 #6649, 오토글리프 #187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매우 희귀하고 유명한 생성 예술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위 작품들은 하나하나 따로 다루어도 될 만큼 NFT예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들인데 예술적 가치를 토대로 작품들을 수집하는 컬렉터들에게 제자리를 찾아간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합니다. 


데드 링어스(Dead Ringers) – 사람을 살리는 끈

데드 링어스는 Dead라는 말이 앞에 붙은 것처럼 "링어스의 생일과 죽음을 기념하기 위해” 24시간 동안 발행된 작품입니다. 체르니악은 2022년 1월 한 달 동안 매일 새로운 작품을 생성해 거의 사용되지 않는 무작위의 블록체인 지갑 주소로 작품을 전송했는데 그 지갑들은 한 번도 활성화되지 않았거나 접근이 불가한 지갑들이었다고 합니다. 기존 링어스보다 복잡한 형태이고 삶과 죽음의 양면처럼 흑백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구매 금액은 0.05 이더리움이었는데 23,469명이 민팅을 해 하루 만에 약 37억 원을 벌어들입니다. 하루 만에 37억이라니. 혹시, 부러우신가요?

Dead Ringers

이 수익금 전액은 당시 코로나로 심각한 식량 부족 문제를 겪고 있던 뉴욕시 푸드뱅크에 기부되어 뉴욕 시민들의 식사로 제공되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 그것만으로도 멋지고 부러운 일입니다. 데드 링어스 컬렉션에 대한 이런저런 설명은 있으나 정확한 의도에 대한 확신이 생기는 설명은 찾지 못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무언가 하고 싶어서 컬렉션을 만들었다가 나중에 해석을 붙인 것 같다는 의심(?)이 조금 듭니다. 아무렴, 좋은 일 하겠다는데 무슨 거창한 이유가 필요할까요? 다소 딱딱해 보일 수 있는 '공대 출신' 코딩 예술가지만 링어스 하나하나의 말뚝들이 끈으로 연결되어 있듯 사람과 사람 간의 유대감을, 체르니악은 소중하게 생각하는 듯합니다.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한국

체르니악의 아버지는 체르니악의 예술을 지지하고 알리려 노력한 든든한 후원자이자 친구였어요. 그런데 그의 아버지가 2023년 1월 1일, 하늘나라로 향합니다.

체르니악과 아버지

체르니악은 물심양면 자신을 뒷바라지해 온, 어쩌면 본인보다도 더 열정적으로 체르니악의 예술을 위해 헌신해 온 아버지에 대한 회상을 트위터에 담담하게 남깁니다. (아버지를 아주 좋아했는데 너무 담담하게 글을 남겨 오히려 더 진한 감동이 있었습니다.) 2015년에 아버지가 첫 개인전을 열도록 도왔고, 거의 모든 전시회에 참여했으며 작품이 완벽해 보이도록 직접 작품을 전시장에 걸기도 했다고 합니다. 체르니악 몰래 토론토에서 가장 큰 미술관(Royal Ontario Museum으로 추측됩니다)의 CEO에게 메일을 보내 작품을 소개한 적도 있다고 해요. 이 때 미술관 측에서는 그에 대해 답장을 해 주었을 뿐 아니라 박물관을 그들에게 비공개로 둘러보게 해 주었습니다.

체르니악과 아버지

미술관에 방문한 이 부자는 미술관 측과 크립토 아트(NFT아트)가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캐나다 예술운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그로부터 불과 몇 년 후 체르니악은 실제로 캐나다의 대표 생성예술 NFT아티스트가 되어 소더비에 진출합니다. 아들의 예술을 위해 발 벗고 뛰는 아버지, 예술가를 존중하는 미술관, 그에 보답하는 예술가의 성공. 그야말로 3박자가 조화롭게 맞아떨어진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아버지의 죽음은 그에게 큰 상실감으로 다가왔겠지만 체르니악의 아버지는 하늘에서 자랑스러운 아들의 성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요? 

올해 초 장례를 위해 서울에 왔고 가족들이 한국에 산다고 밝힌 것으로 보아 그는 아마도 한국에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체르니악은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은데요, 그래서인지 한국어 글자를 넣은 작품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실제 한국인의 이름으로 보이는데 무엇을 의미하든 보시는 분들의 상상에 맡깁니다.

고연진?


타일러 홉스와의 협업 - 서울

타일러 홉스의 생성예술 프로젝트인 ‘QQL’에 체르니악이 일부 협업으로 참여한 적이 있는데 해당 프로젝트의 사이트에서는 체르니악이 제작한 ‘서울(Seoul)’이라는 이름의 색상 팔레트(Palette)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QQL 웹사이트

이외에도 '마이애미', '피덴자'라는 이름의 다양한 색상 팔레트를 이용해 일반인들이 직접 제너러티브 아트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아래는 제가 만들어본 생성 이미지인데 직접 한 번 만들어보면 생성 예술이 무엇인지 가볍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에서 몇 가지의 속성만 선택하면 자동으로 만들어지니 여러분들도 재미 삼아 만들어 보세요.(메타마스크 지갑도 필요합니다.) 

저자가 만들어 본 이미지


과연 우연이었을까

발음은 조금 어렵지만 생성 예술이라는 낯선 분야에서 자신의 장점과 역량을 적절히 활용해 예술적, 상업적으로 모두 성공한 드미트리 체르니악. 그런데 링어스 컬렉션에서 거위가 탄생한 것이 단순한 우연이었을까요? 체르니악과 함께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팬들과 컬렉터들의 확고한 지지가 없었다면 우연히 만들어진 거위 모양만으로 그렇게 큰 흥행을 거두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던 체르니악의 작품 활동과 아버지의 지원이 차곡차곡 역사를 만들어 냈고 신뢰가 쌓이면서 '체르니악의 생성 예술'이라는 브랜드가 탄생했을 것입니다. 귀여운 거위는 그저 거들었을 뿐이죠. 어쩌면 체르니악이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보여준 아름다운 연대의 가치가 끈으로 서로를 이어 준 거위로 나타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컬렉션

메이커스 플레이스  https://makersplace.com/dmitricherniak/gallery/created

라이트 이어스  https://lightyears.fellowship.xyz/

슈퍼레어  https://superrare.com/dmitricherniak

오픈씨(링어스)  https://opensea.io/collection/ringers-by-dmitri-cherniak

오픈씨(라이트 이어스)  https://opensea.io/collection/light-years-by-dmitri-cherniak

오픈씨(이터널 펌프)  https://opensea.io/collection/the-eternal-pump-by-dmitri-cherniak

오픈씨(데드 링어스)  https://opensea.io/collection/dead-ringers-by-dmitri-cherniak 

아트블록스  https://www.artblocks.io/user/0xe0753cfcabb86c2828b79a3ddd4faf6af0db0eb4?section=projects


•소셜 미디어

트위터  https://twitter.com/dmitricherniak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dmitricherniak

링크트리  https://t.co/q11YwjG8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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