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분. 제주도 동문시장의 떡볶이집은 유명세만큼이나 대기시간이 길었다. 잠깐 겨울바람이나 쐴 겸 부둣가에 다녀오려고 시장을 나섰다.
신호를 기다리며 횡단보도에 섰을 때, 길가 바닥에 앉아 있는 할머니들의 사투리를 들었다. 이름 모를 야채와 채소, 과일을 늘어놓은 할머니들 끝에 참소라 스무어개가 올려진 비료 포대가 보였다. 소라가 살아 움직이는 건지 한참을 들여다본다. 비료 포대는 언젠가 좋은 일에 쓰였을 것이 분명한 고운 청홍색 천 위에 올려져 있고, 그 뒤로는 빛바랜 점퍼를 입은 할머니가 방석을 깔고 앉아 있다.
언제면 다 팔 수 있을까 쓸데없는 걱정을 할 때, 주머니에서 손을 뺀 할머니가 마크스를 내려 콧물을 훔친다. 보도블록보다 더 검붉은 주름 가득한 손은 참소라 껍데기보다 더 갈라져있었다. 마침 신호가 켜져 횡단보도를 건넌다. 돌아가신 할머니 손이 떠올라 초록색 불이 금세 몽글하게 눈에 차오른다. 돌아오는 길에는 소라를 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