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정말 과거가 그립단 말이지. 이제는 없어진 것들이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빛날 거 같은 추억과 기회 말이야. 이제는 어쩔 수가 없는, 모든 아쉬운 순간 말이야.
분명, 이 아쉬운 고통은 점점 심해지겠지. 아름다운 그녀를 그리는 게, 벌써 버거워서 큰일이야. 분명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은 거짓이야. 오히려 시간이 점점 야속하고, 무능한 자신을 어쩔 도리가 없어지지. 물론 나름 노력하는 매일을 산다지만, 그건 절대 충분해질 일이 없을 거야. 물론 내 경우는 그렇다는 거야. 아니, 그렇다고 느끼고 있는 거겠지.
그리운 추억 속에 그녀는, 우리가 아직 어리다고 했어.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시기가 거의 다 지나 버렸지만, 난 여전히 영원히 어리고 싶은 거 같아. 그렇게 마음대로 살아본 결과가 지금의 한심한 몰골인 거지. 여전히 나는 징징대는 녀석인데, 내게 필요한 어른의 가면은 점점 버겁게 느껴지는, 구렁텅이에 빠진 느낌이야.
분명 이건 자업자득이야. 평생 변함없이 살고 싶다는 목표의 대가이지. 하지만 이런 나도 분명 변하고 있더라고. 세상을 향한 희망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거. 불과 몇 달 전에는 견딜 수 있던 혼자만의 삶을 순식간에 공포로 느끼고 있다는 거. 어머니 아버지에게 더 빌붙어 버렸다는 거. 이젠 도저히 그녀에게 징징댈 수 없다는 거. 분명 이건 영원히 어린 시인의 모습이 아니겠지.
하지만 여전히 내가 선택한 삶의 모습이야. 어떻게든 견디며 내 선택의 비용을 지불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피해야 해. 내 삶을 돌아보면서 느낀 건, 난 항상 대동소이하게 살아왔다는 거야. 언제나 목표는 자신만의 글을 쓰는 거였고, 언제나 당시에는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한 고통을 느끼고 있었어. 그리고 고통이 커지면, 내 글쓰기 계획이 구체적으로 변해갔지. 지금은 어느 순간이나 멘붕이고 엉망인 상태지만, 지금처럼 글을 잘 써 내려간 시기가 없어. 물론 여전히 답이 없는 글이지만…….
부쩍 늘어 버린 이 그리움은 예전에 넘은 작은 고개들을 향한 것일지도 모르겠네. 지금, 이 고개를 까마득하게 느끼듯이, 예전의 나도 그런 느낌을 받았을 거야. 초중고를 나올 때, 대학을 선택하며 나의 이상한 길을 선택할 때, 대학에 다닐 때, 군대에 갈 때, 알바하는 삶을 이어갈 때 말이야.
물론 난 어떤 사회적인 비전이 없고, 이젠 그게 용서되는 거의 막바지 시기가 오고 있어. 지금 오르는 고개의 절망을 거의 절대적이라 느껴도 할 말은 없지. 아무런 대비를 안 했으니까. 군대에 있을 때 상상한 삶은 정말 아무런 근거가 없는 거더라고 ㅎㅎ. 난 그냥 전역하기 전처럼 살 수 있는 줄 알았거든.
시간은 인생을 풍화시키고, 예전으론 절대 돌아갈 수 없는 법이야. 대우주의 진리지. 그래서 그리움은 점점 커질 거야. 나처럼 대책 없이 살아온 사람도, 정말로 열심히 살아온 사람도 마찬가지지. 자신이 당연하게 누리고 놓쳐 버린 젊음과 열정과 기회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모두가 알게 되지만, 그 순간이 오기 전의 인간에게 이걸 온전히 이해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 참으로 무색한 그리움이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