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고생이 연결되는 어느 날

아주 특별한 별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by 윤성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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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절감하기로, 나는 최악이다.

우울감을 완화하기 위한 연구 참여자들 앞에서 자기 노출, 이라는 이름으로 늘어놓은 하소연이 후회스럽다.

전 직장동료의 말처럼 나는 겉만 번지르르한 사기꾼 인지도 모른. 자책의 시발점이 된 것은 꿈 많은 그녀의 고백이었다.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지만 지금 공부하고 있는 분야를 놓아버릴 수는 없으니 늘 혼란스럽다고 했다. 한 우물만 판 사람들을 동경하긴 하지만, 세상만사 궁금한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는 그 마음에 격공 하고 말았다. 앞으로 걸어가면서 옆을 보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이 정말 꼭 내 이야기 같았다.


"정말.. 공감이 가네요. 회사 다닐 때 항상 업무와 별개로 뭔 일들을 꾸몄었거든요. 시키는 일을 잘하는 거, 물론 중요하긴 한데 그대로만 하면 개인으로서의 나는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아서. 글을 쓰기도 하고 마켓을 열기도 하고 하다못해 친구들 몽땅 불러서 파티를 하기도 하고. 그 시간에 내 업무 관련된 공부를 했으면 저는 충실하고 유능한 직장인이 되었을까요, 가끔 그런 생각도 해요..."


아차, 싶어 입을 다물었을 때 - 그녀는 짙은 속눈썹을 두어 번 깜빡이더니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를 꺼낸다.


"커네팅 더 닷 이야기 있잖아요. 스티브 잡스도 애플을 만들 때 캘리그래피 수업이 도움이 되었다고. 그게 돌이켜 보니까 아는 거지 막상 그때는 몰랐던 것처럼 - 다양한 경험을 나중에 연결하면 되는 거라고. 젊을 때는 그저 많이 경험하고 많이 느끼라고."


물끄러미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나에게 돌연 문장의 마무리가 돌아온다.


"그러니까 선생님도 힘내세요."


이렇게 갑자기 선생님이 되는 건가요, 하며 웃었지만. 연구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 두 시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결혼자금을 쏟아붓는 오늘의 수고는 - 신의 한 수가 될까, 아픈 추억이 될까. 정말 내 경험의 지점들이 하나의 별자리로 연결되는 날이 오긴 할까. 애플은 고사하고 애벌레라도 되면 좋겠는데.


꿈 많고 당찬 야심가는 '그럼, 애플이 대수겠어!' 기대에 벅차고,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도 벌벌 떠는 겁쟁이는 분수에 넘치는 계획이 두렵다고 주저앉아버린다.

어느 순간에는 야심가의 응원에 덩달아 신이 나지만,

이내 겁쟁이의 무거운 걱정이 발목을 잡는 일이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인 것이다.


그러니까 선생님도 힘내세요, 그 한 마디를 여러 번 곱씹으며 걸었다.

아무렴, 힘내는 것 말고 무엇을 할 수 있으랴.

최악의 한가운데를 걸을 때도 하늘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믿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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