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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씨 Feb 10. 2020

돈 버는 것보다 힘든 6시 기상, 왜 해야하죠?

돈 버는게 쉽다는 건 아닙니다만

직장인은 위대하다. 아침 아홉 시에 말끔한 차림으로 업무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매일 6시 반에 일어나야 하는데 - 그 대단한 일을 해내고 있는 것 아닌가.
신입사원 1년 차 때 나의 출근 시간은 아침 7시였다. 집에서 한 시간 떨어진 사무실 내 자리에 그때까지 앉아있기 위해서는 5시에 눈을 떠야 했다. 화장도 해야 하고 머리도 감아야 하고, 아무리 그래도 패션회사인데 옷차림에도 조금은 신경을 써야 하니까 준비시간으로 1시간도 빠듯했다.
2년 차부터는 출근시간이 8시로 바뀌어서 조금 나았지만 그래도 6시에 눈 떠야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나는 그렇게 무려 3년 3개월을 꼬박 살아온 것이다.
도대체 그 부지런한 여자는 어디로 갔을까?

퇴사 첫 해는 그간 못 잔 잠을 몰아서 잤다. 느긋하게 아홉 시 열 시쯤 일어나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샤워를 하고 정신을 차려보면 2시가 가까워오곤 했다. 그땐 그런 일상이 프리랜서의 여유라고 생각했다, 내가 얼마나 준비가 안 되고 어리석었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을 시작하면서 다른 대표님들이 하루를 얼마나 치열하게 쪼개어 사는지 보게 되었다. 충격이었다. 성실은 가점사항이 아니라 필수조건이었고, 이른 기상은 반드시 동반되는 생활방식이었던 셈이다. 머리로 깨닫고 나서부터는 나름 노력을 해봤다. 하지만 도무지 여섯 시 기상이 회복되지 않았다. 어쩌면 작년 한 해 동안의 실수는 부족했던 열심에 대한 벌인지도 모른다.

계약이 파기되고 믿었던 사람에게 욕도 먹고 돈도 잃고 여전히 생활비는 궁색한 채로 12월을 맞았을 때. '올해처럼 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만 생각했다. 같은 이유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책들에 의지했고, 수많은 롤모델들이 아침의 중요성을 꼽는 것을 보았다. 왜, 도대체 왜 아침인가.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1월 한 달 동안 5시~6시 기상을 실천하면서 깨달은 것들이 많다.

먼저는, 절대적으로 하루가 길다.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다.


허겁지겁 출근시간에 쫓겨 밥 한 숟갈 뜨지 못하고 나갔던 날과 출근 전에 이미 신문과 책을 읽고,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깨우고, 묵상과 하루 계획으로 머리를 작동시킨 하루는 차원이 달랐다. 벌써 다섯 개의 일을 마친 상태로 문 밖을 나서는 것 아닌가. 하루를 일찍 열었다 보니 언뜻언뜻 시계를 봐도 아직 오전이고, 아직 이른 오후다. 그때의 넉넉함이란! 남는 시간들은 더 나은 생활의 좋은 발판이 되어준다. 잊고 지냈던 친구에게 안부를 묻는다거나, 깜빡하고 지나칠 뻔했던 공과금 납부를 자동이체로 바꾼다거나.



두 번째는 자신감이다.

미라클모닝을 실천하던 1월의 어느날 - 누가 찍어주신  모습. 집 갈 때 표정이 제일 좋다지만 하루에 할 일을 잘 마쳤을 때 가능한 미소 아닐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필요한 시간보다 30분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해보자. 제 시간에 눈을 뜨고 똘똘하게 하루의 첫 번째 일을 마치고 나면 굉장한 뿌듯함이 몰려든다. 그게 물 한잔 마시기든, 기지개 세 번이든, 책 한쪽 읽기든 간에. 무언가를 해냈다는 자신감을 오만배 충전한 채로 세상에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무언의 당당함을 기가 막히게 알아챈다.
'오늘 기분 좋아 보이네' 라거나 '표정이 밝아졌어요' 라거나. 별다른 상황의 변화는 없지만 눈뜨자마자의 성취가 에스테틱 효과를 준다고 할까.



마지막은 그 날 하루의 생산성이다.

열심히 만들었지만 막상 그려놓고 나니 유아미술같아서 못쓰게 된 그림. 충분한 계획이 행동보다 앞서야 하는 이유를 새삼 느낀다.

머리로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보내는 하루와 그렇지 않은 날은 정말 다르다. 일정이 나를 멱살 잡고 끌고 가는 기분이랄까.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오늘의 스케줄을 정리하면 이미 상상으로 하루를 훑어볼 수 있다. 3시쯤 되면 누구와 무엇을 하겠구나, 이때 이 질문을 해봐야겠어 라던지. 7시가 되면 이 걸 하고 있겠네 어제는 이 부분에서 막혔었는데 잘 해결하고 있으면 좋겠다, 라던지.
구체적으로 상상할수록 실제 상황은 리허설을 마친 무대 위처럼 편안하다. 그뿐인가, 머릿속에 할 일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으니 낭비되는 시간이 없다. 마트에 갔다가 뭔가를 빼먹어서 다시 가야 한다거나 받아야 하는 서류를 잊어서 발을 동동 구른다거나. 예상치 못했던 일은 여전히 일어나지만, 예상 범위에 있던 일들이 차질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여유롭게 사건을 맞이할 수 있다.

이렇게 적어놓고 나니 흘려보낸 아침 시간이 못내 아쉽다. 오늘도 6시에 눈을 뜨긴 했는데, 묵상도 하고 양치질도 했는데, 그대로 고꾸라져 다시 잠들어 버린 탓이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이점을 잘 알아도, 그걸 한 달, 1년, 평생 살아내는 건 아,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미라클 모닝을 해야 삶이 바뀐다는 건 완전히 공감하기에 아침 일찍 일어나는 즐거움을 다시 되새긴다.
이불속에서 꾸는 꿈보다, 꿈을 만들어내는 현실이 더 재미있다. 자꾸 잊어서 그렇지 분명 아침이 만들어내는 기적은 체험할수록 즐거운 법인데 - 차가운 아침 공기와 전기장판을 탓해봐야 내 손해다.

내일부터는 다시 이 단순한 진리를 회복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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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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