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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씨 Mar 06. 2020

등산의 유익

새해 들어 시작한 취미 중 등산이 있다.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은 늘 있었다. 폴댄스도 해보고, 필라테스도 해보고, 한강을 달려보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도대체 뭘 해야 좋을까 고민하던 어느 날 갑자기 '산에 가볼까' 생각이 들었다. 기지개를 켜는데 허리가 뻐근해서 몸을 풀어야겠다고 느껴진 찰나였다. 그 해답이 왜 산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운동화 끈을 묶었다.

집에서 2분 거리에 76m 높이의 야트막한 동산이 있다. 설레설레 올랐다가 내려오는 데에 4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언덕 수준의 산. 그래서일까, 주 3회 산 오르기를 2주째 해오고 있다. 아직 습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기간이 짧지만 이번 운동(?)은 꽤 오래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등산의 유익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등산은 핫바디를 만드는 운동과는 거리가 있다. 내가 백날 산을 탄다고 해서 바디 프로필을 찍지는 못하리라. 하지만 손쉽게 시도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다. 하체가 강화되고 심폐기능이 향상되며 신진대사가 촉진된다. 처음 등산을 했을 때는 76m밖에 되지 않는 코스를 오르면서 두 번을 쉬었다. 믿기지 않는 저질 체력에 혀를 내두르면서. 여섯 번째 올라간 오늘은 엉덩이 한 번 붙이지 않고 가뿐히 정상 한 바퀴를 돌고 내려왔다. 너무 낮은 산이라 자랑이라 하기는 뭐하고 내 또래에 일반적인 수준을 회복한 것에 의의를 둔다. 그래도 2주 만에 이 정도가 어디야.

또 다른 재미는 산림욕이다. 2010년 일본의 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 15분 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심신 안정이 되고, 15분 산을 걸으면 면역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나무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내쉬는 피톤치드 덕분에 그렇다는 설도 있다. 피톤치드 설을 믿는다면 이른 새벽보다 오전 10~12시가 더 좋다고 한다. 나로서는 8시에 가는 산과 10시에 가는 산의 차이를 잘 모르겠긴 하다. 일찍 가면 출근길의 올림픽대로를 볼 수 있고 늦게 가면 북적이는 운동기구를 볼 수 있다는 것 정도만 알겠다. 또, 이른 아침의 햇살이나 정오에 가까운 햇살이나 똑같이 아름답다는 것도.



어쨌든 산에 머물고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유튜브로만 듣던 새소리를 라이브로 듣고, 겸재 정선이 그림을 그리던 소악루에서 한강을 내려다보는 순간들이 하루를 풍성하게 한다. 멀리 여행을 가지 않아도 산에서 보는 잠깐의 풍경들이 잡생각을 가라앉힌다. 대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이 얼마나 큰지.

오늘도 등산의 유익을 느끼며 하루를 열었다. 체력을 더 길러서 높은 산들도 올라보고 싶다. 봄바람이 불면 300m가 조금 안 되는 이화여대 뒷산, 안산부터 시작을 해볼까. 언젠가는 한라산을 올라보는 것도 뜻깊겠다. 운동에서 목표가 생긴다는 것이 퍽 신기하다. 이래서 뭐든지 재미를 발견해야 한다고 하는가 보다. 저절로 더 높은 것을 바라보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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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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