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는 또래에 비해 이상한 애였다. 필요 이상으로 생각이 많은 데다, 하고 싶은 건 기필코 해야 해서 주변을 피곤하게 했다. 하루는 친구들 여러 명을 모아 무슨 잔치를 하고 싶었나 보다. 저녁 7시가 넘은 어스름한 때에 집 전화번호를 꾹꾹 눌러가며 "안녕하세요 누구네 집이죠? 누구 좀 바꿔주세요. 어! 안녕. 나 누군데 너 이번 주 토요일 뭐하니?" 비슷한 초대를 여러 번 반복했다. 엄마는 한껏 들떠 친구들을 부르는 나를 보며 "그렇게 다짜고짜 불러서 뭘 하려고 그래?" 물으셨는데. 그러게, 나 뭐하려고 애들을 부르지? 싶어 머리가 새하얘졌다. 걸던 전화를 멈추고 돼지저금통을 꺼내어 500원짜리가 몇 개 인 지 세어보았던 것을 기억한다. 그래서 나의 파티가 즐거웠나 어쨌나는 깜깜하다만.
아무튼 종잡을 수 없는 애였다. 아이들은 몇 번 말을 붙여보고는 금세 '쟤 좀 이상해'하며 멀어졌고 나는 꽤 오래 모두에게서 혼자였다. 손가락질받는 것이 익숙한 친구들을 만난 것은 중학생이 되어서부터였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이상한' 아이들이 많았다. 왜 굳이 학교를 가야 하는지 의문을 품고, 왜 우리는 술을 마시면 안 되는지, 담배를 피우면 안 되는지, 나쁘고 착한 기준은 누가 정했는지 모르겠고 나 하고 싶은 대로 해보자는 친구들. 그네들은 공통적으로 호기심이 많았고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 스스럼이 없었다. 마침내 나와 비슷한 무리를 만났다는 기쁨은 3년 동안 나를 참 행복하게 했다. 그래서 그들과 떨어져 고등학생이 될 때 나는 또 사시나무 떨듯 두려웠다.
고등학교 때만 그랬나. 대학에 입학할 때도. 입사했을 때도. 무리에 나를 드러내는 첫 순간은 긴장되고, 떨리고, 무서웠다. 혹시 나를 미워하지는 않을까, 내 그림자에 대고 칠판지우개를 던지지는 않을까, 나만 쏙 빼놓고 모두가 모여서 내 험담을 하지는 않을까. 어린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어른이 된 나에게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고로 나는 무던히 애썼다. 사랑받고자 노력했고 좋은 사람이 되고자 모든 부탁에 순순히 응했다. 친구니까 이 정도는 괜찮지 합리화했고, 선배니까 내가 할만한 부탁을 하는 거라 여겼고, 상사니까 내 수준에 맞는 업무를 주는 거겠지 했다. 손해 볼 지언정 착한 사람으로 남는 것이 미움받고, 외따로 떨어지는 것보다 낫다고 믿었다. 혼자인 것이, 처절하게 두렵고, 싫었다.
무리에 속한 안전한 일상이 무너진 것은 언제부터일까. 퇴사를 하면서 3년 넘게 나를 지탱해주던 큼직한 소속감으로부터 탈출, 혹은 퇴출되었고. 금주를 하면서 오랜 술친구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졌고.
그다음부터는, 믿지 말아야 할 사람을 믿었기 때문인지 그냥 운이 없었는지 아니면 내 능력이 딱 거기까지였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 하나둘씩 떠나보나고 혼자가 됐다. 아무도 남지 않게 되자 비로소 거울을 보게 되더라. 다크서클이 짙게 드리워진 여자를 보며 얼마나 울었던가. 인정과 관심에 목마른 내 자신이 한심하고, 가여웠다.
왜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지 않는지, 왜 나를 조금 더 아껴주지 않는지 속상해하다가. 돌연 나는 나 스스로에 얼마나 충실했나 묻게 되었다. 누가 돌봐주지 않아도 괜찮지 않나, 내가 나의 충실한 보호자이면서 친구가 된다면 말이다. 꼭 그렇게 나를 자기 몸처럼 사랑해줄 누군가들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데 나는 왜 그리 사람을 붙잡으려 애썼던가, 그 갈대 같은 마음들을.
그래서 이제는 세상과 담쌓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없이 수도승처럼 지내는가 하면 아니올시다. 오늘도 글쓰기 모임을 하며 열 두어 명과 인사를 하고, 주말이면 교회에서 부지런히 근황을 묻는다. 가까운 친구들과의 카톡방은 지금도 시끄럽고 친하게 지내는 대표님들과의 모임도 부지런히 나간다. 단지 어떤 문제로 인해 그 관계가 단절된다고 해도 울며불며 매달리지 않을 뿐이다. 그들이 소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 살다가 인연이면 다시 만날 텐데, 싶은 마음도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내가 싫어서 떠난다면 그것도 그 사람의 자유니까.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으니 나는 나답게, 나 좋다는 사람들에 감사하며 살면 된다. 행여 그들마저 이런저런 이유로 떠난다 해도, 뭐 어쩔 수 없다. 거울 속에 있는 저 여자랑 평생 북 치고 장구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