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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이라도 마음먹고 꾸준히

2024년 신년 계획

by 오후의 햇살

오랜만에 체중계 위에 올라갔다가 화들짝 놀랐다. 세상에.. 1년 전에 비해서 무려 4킬로나 증량된 숫자를 보고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원 없이 야식을 먹은 것도 아니고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은 죄(?)밖에 없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믿을 수가 없던 나는 바닥 수평이 안 맞아서 그런가 보다, 하면서 체중계를 요리조리 옮기며 다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길 반복했다.

... 하지만 돌아오는 건 냉혹한 현실뿐이었다.


체중계를 버리고 싶었다.

어떤 사람들은 일상에서 힘이 들면 음식이 먹기 싫어진다고 하는데 나는 스트레스의 강도에 따라 식습관이 달라진다. 난이도 '중~상'의 스트레스일 때는 보상심리가 작동해서 더 먹으려고 하고(특히 매운 음식이 많이 당긴다), 최상의 스트레스일 때는 입맛이 없어진다. 지금 내 몸무게로 봤을 때 나의 지난해는 중상의 스트레스였구나, 싶다.


생각해 보니 연말에 시작한 새벽운동도 꾸준히 하다가 학기말 학생들 성적처리 및 바쁜 업무가 몰리면서 늦게 퇴근하고, 피곤해서 잠이 고프다 보니 일주일 정도는 아예 일어나지도 못했다. '지금은 잠을 보충하는 게 최선이야'하는 생각을 하며 잠시 눈을 떴다가 다시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새해 첫날, 동네에 사는 나보다 네 살 위인 친한 선배 언니가 아들과 함께 우리 집에 놀러 왔다. 언니에게 요즘 전보다 많이 먹는 것도 아닌데 살이 찌는 것 같다고 얘기했더니 언니가 말했다.


"이게 나이 들면서 기초대사량이 떨어져서 그래. 급식도 맘놓고 먹으면 안된다 너? 나도 30대 중후반부터 살려고 운동 시작했잖아. 생각해 보니 딱 네 나이부터였네. 체력이 없으면 일도, 집안일도 힘들어. 그리고 그 짜증이 결국 가족한테 가더라. 운동 시작하고부터는 근력이 생겨서 뭘 해도 전보다 덜 힘들어서 좋아.

나는 필라테스 4년째 하고 있는데, 확실히 사람이 돈을 써야 움직이게 되더라고. 6개월치 등록하고 일주일에 두 번 가는 건데 한 번만 빠져도 만삼천 원이 버려진다고 생각하면 이를 악물고 가게 돼. 뭐라도 시작해 봐."



언니가 한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건강을 위해서 어떻게든 독하게 운동해야 한다. 10대, 20대 때에는 어른들이 '살기 위해 운동한다'는 말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는데 40을 바라보는 지금은 너무나 이해가 된다. 조금만 무리해도 허리, 발목, 손목이 다 찌릿찌릿 아프고 기력이 달리는 건 나에게 기초체력이 부족해서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부장일을 맡아하면서 거의 1년 내내 의자에 앉아 야근을 하면서 제대로 운동을 하지 않고 먹는 것만 잘 챙겨 먹으니 살이 찌는 거라는 언니의 말에 나는 뼈를 맞다 못해 순살이 되었다..


언니와 함께 먹으려고 가볍게 차린 다과. 다시 보니 가볍지 않다.



어제도 오후에 일이 있어서 야근을 하는데 나이가 지긋하신 당직 선생님께서 교실 문을 드르륵, 여시 더니 나에게


"새해에도 야근하시는겨?"


하고 말씀하시기에 건물 소등하시는 업무를 늦춰드렸다는 생각에 죄송함이 들었다.


"아, 네 선생님! 제가 끝나고 여기 교실이랑 복도랑 연구실까지 불 다 끄고 잘 확인하고 갈게요. 얼른 갈게요. 감사합니다~!"


하고 대답했더니 당직 선생님께서는


"오래 계셔도 되는데 건강 챙기면서 해요~"


하고 말씀하셨다. 생각지도 못한 말씀에 마음이 뭉클해지면서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그래, 올 해는 정말 건강 챙기면서 일해야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올해 나의 첫 번째 목표는 '건강하게 살기',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몸무게 7kg 이상 감량하기'이다. 원래 3킬로 정도 빼려고 했었는데 작년 연말에 4킬로가 쪘으니 7킬로 정도는 감량해 줘야 내 몸이 편안할 것 같다.


이번 주에 당장 헬스클럽에 등록하고 매일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꾸준히 체크해야지.

작심삼일이라도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계속 작심(作心)하는 게 낫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마음먹고 하다 보면 분명 나아질 거라 믿는다.

문득, 어디선가 보았던 문구가 생각난다.



"돈을 잃으면 적게 잃는 것이고,
사람을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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