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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헬스클럽에 등록한 이유

자발적인 운동이 힘들면 돈이 나를 움직이게 하라

by 오후의 햇살

얼마 전, 새벽 운동을 시작 한 뒤 한동안은 꾸준히 해오다가 자꾸 자세가 흐트러지고 대충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미루고 싶었던 최후의 수단, '돈'을 쓰기로 했다. 어떻게든 돈을 들이지 않고 혼자 해보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쉽사리 원하는 만큼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힘들다면, 이제는 돈이 나를 움직이게 하리라!


결연한 마음으로 친한 언니에게 말했더니 언니는 나에게 물었다.

"야, 너 헬스장 고를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조건이 뭔지 알아?"

"음.. 글쎄. 집에서의 거리? 아니면 비용?"

그러자 언니는 한쪽 입꼬리를 스윽 올리면서 내 귀에 두 손을 갖다 대고 소근소근 말했다.

"물이 좋은지 확인해야지~! 헬스장에 괜찮은 사람들이 많으면 자발적으로 동기부여가 된다니까? 너 이거 진짜 중요한 거다?"


..네? 물이요?

듣자마자 빵 터져서 호탕한 장군처럼 소리 내어 웃었다. 이야.. 역시 고수는 다르구나. 전혀 생각지도 못한 조언을 해준 언니에게 고마웠다. 헬스클럽에 등록할 때 생각해야 할 또 다른 조건이 생겼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밍기적거리며 아직 헬스클럽에 등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운명처럼 우리 집 현관문에 전단지 하나가 딱 붙어있는 게 아닌가?


'2024년 신년맞이 행사 : 헬스 13개월 + 체험 PT까지 이 모는 게 39만 원! 선착순 50명!'


어머, 이건 사야 해!!!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아줌마의 마음을 뒤흔드는 1+1 전략에 선착순까지..! 이 업체 광고 참 잘한다. 나는 바로 헬스클럽에 전화를 걸었다.


"상담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시작되오니 다시 걸어주세요."


역시 인기있는 헬스클럽은 도도하군. 나는 발을 동동거리며 나갈 채비를 한 후 10시가 되길 기다렸다. 그리고 10시가 되었을 때, 다시 헬스클럽에 전화를 걸어 상담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젊고 세련된 목소리의 여자분이 또박또박 말씀하셨다.


"음.. 지금은 모든 선생님들이 수업 중이라 대면 상담이 불가능해요."

"앗, 그렇군요. 그럼 혹시 두 달 정도만 등록하는 건 비용이 얼마나 될까요?"

"한 달에 7만 원이고요, 두 달은 할인이 안 돼서 그렇게 계산하시면 돼요. 세 달부터는 할인이 들어가요."

"혹시 그럼 세 달 비용은 어떻게 될까요?"

"18만 원입니다~"

"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내가 생각한 금액보다 비싸서 망설여졌다. 한 번에 1년 치를 끊자니 부담스러워서 3개월만 해보려고 한 건데 이곳은 세련되고, 규모도 크고, 후기를 보니 20대 젊은 사람들도 많이 다니는 것 같은데 락커 사용 비용이나 운동복 대여비 등 부수적인 비용도 추가해야 해서 금액이 저렴하지는 않았다.


고민하다가 동네에 있는 좀 더 작은 규모의 헬스클럽에 전화를 했더니 밝은 목소리의 남자 관장님이 언제든 둘러보러 와 보시라며 지금 신년 행사로 3개월에 12만 원으로 할인을 해주신다고 했다.


얼른 헬스장으로 달려갔다. 우락부락한 몸을 가진 40대 관장님께서는 "처음 오셨죠?" 하고 친절하게 말씀해 주시면서 운동 기구에 대한 설명도 해주시고,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어떻게 병행해야 하는지도 알려주시고 스쿼트를 할 때 자세를 쉽게 잡으려면 의자를 사용하면 된다며 몸소 시범을 보여주셨다. 내가 개인 PT를 신청한 것도 아닌데 열정이 넘치는 관장님께서는 큰 소리로 구령을 붙여 나를 운동시키기 시작하셨다.


"자, 스쿼트 10회 실시합니다! 내려가면서 숨 들이마시고, 올라올 때 후, 내쉽니다. 실시! 하나, 둘, 셋!"


나는 홀린 듯이 운동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 여기다!

나는 세련된 환경보다 마음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한 사람인 것이다!

게다가 운동복 대여, 락커 사용, 샤워실 사용, 이 모든 게 무료였다. 그렇게 나는 드디어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 그리고 분명 사이클을 탔는데 다리는 움직이지 않고 옆에 계신 분과 수다를 떨고 계신 백발이 성성하신 할머니들, 물구나무를 서있는 할아버지(일명 '거꾸리' 이용자)들과 함께 정말 극도로 운동에만 집중해서 1시간이 넘도록 운동을 하고 집에 왔다. 물 좋은 헬스장이여.. 안녕!


런닝머신으로 200칼로리 태우고 뿌듯해서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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