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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햇살 Sep 20. 2024

지금, 현재 반짝이는 삶에 집중할 것

먼 미래를 내다보느라 현재의 행복을 놓치지 말자

 나는 어릴 적부터 계획적인 인간이었다. 시험공부를 할 때에도 한 달 반 전부터 스케줄러에 장단기 공부계획을 빼곡하게 세우고 그것들을 하나씩 완수해 나가면서 체크리스트에 표시하는 것에 큰 희열을 느꼈다.


 언제나 다양한 상황의 변수를 고려하여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한 후에, 어떤 일을 할지 말지 결정했다. 그렇기에 실패할 확률이 적었지만 그만큼 그 나이 때에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나 짜릿함을 느낄 확률도 현저히 낮았다.


 학교 성적표에는 언제나 개근 도장이 찍혔고, 야간자율학습 땡땡이도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학창 시절에 연애도 한 번 해본 적 없다. 내가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고, 누군가를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되어야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30대 후반이 되어도 나는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다. 무수한 선택지 중에서도 늘 안전하고 실패하지 않는 선택만 하고, 스스로 상처받을 것 같으면 시작도 하지 않고, 언제나 재미없고 보장된 길만 걷는 고루한 삶을 사는 것 같달까.


 그러던 와중에 도서관에서 한 일본인 심리학자가 쓴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의 제목은 '마흔에 버렸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이었다. 큰 기대 없이 집어든 책이었는데 너무나 술술 잘 읽혀서 기분이 좋았다.


 그중에서도 내 마음에 크게 울림을 준 시가 있어  오래오래 기억하고 실천하려고 적어본다. 이 시는 죽음을 눈앞에 둔 한 할머니가 쓴 시라고 한다.






 만일 인생을 다시 산다면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느긋하고 유연하게 살고

이번 인생보다 더 바보처럼 살리라.


이제 와서 깨달은 것은

중요하게 받아들인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


위험에 더 도전하고, 여행을 더 가고, 등산을 더 하고

강물에서 수영도 많이 하고 석양을 더 자주 구경하리라.


아이스크림은 많이 먹되 콩은 덜 먹으리라.

상상 속 고통은 피하고 현실의 고통을 좀 더 끌어안으리라.


 보라, 난 많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오는 날도, 다시 또 오는 날도

얕고, 멀쩡하게, 상식적으로 살아왔다.


반짝이는 순간도 있었다.

만일 모든 걸 다시 한번 시작할 수 있다면

그 반짝이던 순간을, 더 조금 더 살리라. 아니 그보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으리라.


그저 지금 이 순간만을 살아가리라. 순간 그리고 다음 순간...

몇 년이고 훗날의 일을 걱정하지 않고.



 지금까지 반짝이는 순간을 멀리하고 안전한 삶만을 살아온 나에게 큰 경각심을 주는 내용이었다.






 오늘 오후에 절친한 옆반 언니와 대화를 하면서 언니가 나에게 말했다.


 "너 요즘 엄청 예뻐. 그런데 너의 이 반짝이는 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있는 것 같아서 내가 다 아쉬워. 지금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도 시작하자! 운동하러 가면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거야. 자, 빨리 예약하자!"


"언니 나는 운동하면 필라테스를 하고 싶은데..."


 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언니는 질색을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야, 무슨 필라테스야! 사람들이랑 같이 하는 운동을 해야지! 테니스 좋더라. 테니스 해. 너 10월부터 테니스 안 나가면 나한테 하루에 만 원씩 벌금 내는 거다, 어? 알았어?"


 언니는 나에게 테니스를 적극 추천해 주었다. 요즘 업무가 많아서 운동할 여유가 없다는 나에게 그럼 딱, 10월 중순까지만 기다려주겠다며 그 뒤로 미루면 벌금을 내라고 했다.


 마치 엄마처럼 내 등을 떠미는 언니의 진지한 태도에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내 인생에 테니스라니.. 한 번도 고려해 본 적이 없는 선택지이지만 언니의 이런 적극적인 추천에 힘입어 10월 한 달만이라도 나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 젊다.

 죽기 전에 못 해본 것들을 아쉬워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나의 삶의 태도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바꾸고 반짝이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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