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았다. 몰라서 참았고 말하면 상처받을 엄마를 지키고자 참았고, 내가 용기 내어 이야기를 했는데 원하는 반응이 아니라 비난하고 평가하는 말이 올까 봐 두려워 날카로운 말로부터 나를 지키고자 내 감정과 욕구를 억압하고 살았다.
그리고 괜찮은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난 괜찮지 않았고 그 깊은 슬픔은 나도 미처 몰랐던 거라고. 그리고 이제야 알았다.
'아픔을 인정하고 표현할 때 그리고 상대가 잘못을 인정할 때 상처는 치유되고 관계는 돈독해진다.'는 것을.
우리는 잘 지내고 싶어서 사랑받고 싶어서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포기하고 상대의 감정과 욕구 그리고 상황에 맞추며 살아가는 날들이 많다.
내가 약해서 내 감정이나 욕구를 알지 못해서 나보다 더 소중한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서 내 욕구와 감정을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고 살았고 엄마 또한 어린아이들을 가난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당신이 자신보다 더 소중한 부모님들께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 자신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자신보다 약한 아이의 감정과 욕구도 알아주지 못하고 살았다.
그 그림자는 언젠가는 나타나게 되나 보다. 감정이 쌓이고 몸이 힘들고 이성의 통제가 느슨해지는 순간이 되면 엄마는 스트레스를 힘들었던 시간 속에서 남편으로써 보호해 주지 않았던 아버지에게 끊임없이 서운함을 표현하였고 나는 그보다 좀 더 성숙하게 해결하고 싶어 공부하고 내 마음을 알아주려 노력하였지만 저 깊은 곳에 있던 무의식이 결국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해버렸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참았던 감정을 자신을 살리기 위해 표현하는 용기를 낸 것이다.
엄마를 지키기 위해 엄마와의 관계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괜찮은 사람임을 인정하기 위해 참고 또 참았지만 터져버린 것이다
"엄마는 날 버렸잖아."우연히 터져버렸지만 그 순간을 기회로 엄마와의 사이에 벽은 무너졌고 그 불편한 벽은 이제 엄마와 나 사이의 징검다리가 되어 우리를 연결시켜 주고 있다.
우리는 내가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수용해 줄 때 위로를 받는다. 아픔을 공감해 줄 때 위로를 받는다. '오죽하면 네가 그런 생각을 했겠니'라고 내 감정과 욕구와 정당성을 인정해 줄 때 비로소 우리는 나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불편한 감정을 억압하는데 쓰는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니 그 에너지를 내 마음에 집중하는 데 쓰고 세상을 관찰하는 데 쓰니 내 마음에 힘이 생기고 자연의 변화도 더 섬세하게 다가오고 타인의 감정과 욕구가 더 잘 보여 편안함과 연결됨, 자유로움이 선물처럼 찾아왔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이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고 나니 긍정적 감정이 올라왔다. 감각과 감정이 깨어나고 인식하니 내가 주인이 된 인생을 살 수 있게 되었다.
마음을 보듬어 줍니다.
나무야 말하길 잘했어. 용기 내주어서 고마워.
말하고 나니 오롯이 너로서 살아갈 편안함이 엄마와의 관계에서 친밀함이 찾아오잖아
인간에게는 두 개의 자아가 존재한다고 한다. 하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에게 적응하기 위한 나이다. 이 둘이 일치하면 가장 좋다.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며 살면 되니까.
그러나 그러지 못한 상황이 되면 둘 중 보여 주었을 때 더 안전한 자아가 남고 나머지 자아는 무의식에 저장되는 것이다. 나는 상처받고 약하고 섬세하고 외롭고 두려움이 많은 자아가 무의식이란 저장 창고에 저장되었다. 그 무의식을 의식화하여 알아주니 편안함이 찾아왔다. 무의식 창고에 있는 그림자는 허용하면 힘이 약해진다. 부정적인 감정은 알아주고 수용해 주면 약해진다.
나무님들
혹시 이 글을 읽다가 나도 내 상처를 엄마에게 또는 상대에게 말할 용기를 내어 볼까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은 저에게는 내가 내 상처를 외면하지 않겠어라는 말로 들려 고맙습니다. 상처받은 나를 나만이라도 알아주고 온전한 나로서 살아가겠다는 다짐으로 들립니다.
혹시 말해볼 생각이라면 말했을 때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말해도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사람, 말했을 때 평가 판단 조언 없이 오롯이 함께 느껴주는 사람에게 먼저 말한 후에 감정을 정리하고 엄마나 상대에게 말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그 방법이 아니면 글로 써서 내 마음을 충분히 정리하고 난 후에 내가 이 말을 통해서 전달하고 싶은 감정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주길 원하는지 답을 찾고 말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정을 쏟아내는 것이 말하는 목적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 되는 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상대와 나 사이의 벽이 징검다리가 될 수 있고 친밀함과 편안함이 찾아올 확률이 높아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