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꽁꽁 숨고 도망치는 고양이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 다가와주길 바랐나 봐요."

by 한아름

요즘 나는
자꾸만 숨고 싶어요.

눈 마주치는 것도 싫고,
말 거는 것도,
누가 나를 가볍게 툭 건드리는 것도 다 짜증이 났어요.


사람 많은 곳은 더 이상 편하지 않고,
어색한 웃음을 지을 때마다
속에서 짜증이 올라왔어요.


별일도 없는데 괜히 예민해지고,
작은 일에도 신경이 곤두섰어요.

그럴수록 나 스스로가 더 싫어졌어요.


메시지가 와도 답하기 싫고,
약속은 잡혀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웠어요.

누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게
왜 그렇게 무서운 일이 되어버린 걸까요?


월요일 아침이면
이불 밖으로 나오는 것도 너무 힘들어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좀… 안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사라져도 아무도 모르면 좋겠다고도.


고통스러움도

불편한 감정도 마주하고 싶지 않아

나는 점점
게임 속으로, 화면 속으로 도망쳤어요.
핸드폰 화면을 의미 없이 끝도 없이 내리다가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내게 되었어요.


저녁이 되면,
괜히 나 자신이 미워졌어요.

‘왜 이렇게까지 됐지.’
‘나 진짜 왜 이러지…’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무기력한 내가 너무 실망스럽고,
그러면서도 다시 움직일 힘은 나지 않았어요.


“너, 요즘 어디 아파?”

“무슨 일 있어?”

걱정스러운 말을 건네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 말에 대답할 힘조차 나지 않았어요.

아마 내가 원하는 건 그 말이 아니었나 봐요.

사실 나조차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자꾸 어두운 구석을 찾게 되었어요.

햇빛이 비치는 자리는 부담스러웠고,
누군가 내 표정을 들여다보는 것도 싫었어요.


그래서 나는 침대 밑에 숨었어요.

몸을 작게 웅크리고 꼬리를 감춘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숨만 쉬었어요.


그곳은 말하지 않아도 되고,
웃지 않아도 되고,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편하고 좋았어요.

나에게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장소가 생겨 행복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편안함 속에서도

자꾸 눈물이 났어요.

불편했던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목소리가 그리워졌어요.


누가 방 앞을 지나가기만 해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어요.

혹시…
나를 찾으러 온 걸까?

귀를 쫑긋했어요.


아무도 오지 않길 바라면서도
또 누군가
다가와주길 바라고 있었나 봐요.


말할 힘이 없을 때는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되는 그냥 옆에 있어주는 존재.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나는 조금은,
덜 외로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우리는 가끔,
혼자 있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누군가 다가와주길 기다리고 있는지도 몰라요.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
내 온도에 맞춰 곁에 있어주는 존재.
그 한 사람이 있다면,
나를 숨기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요?

당신은 요즘, 어디로 그리고 언제 숨고 있나요?



어쩌면 우리는
자꾸 괜찮은 척을 하다 보니
자기 마음조차 못 알아보게 된 걸지도 몰라요.

이 글을 읽은 당신이
당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게 들여다볼 수 있기를.

당신에게 먼저 관심 가져주기를......


목요일에 만나요.




검은 고양이와 연노랑 나비는
들키지 않으려고 조용히 웅크리고 있던 마음에게
처음으로 '괜찮아'라고 토닥여주는
출간을 준비 중인 감정치유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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