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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나무 Mar 13. 2023

엄마와 딸의 관계공사: 불편함을 편안함으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꼬박 2주를 앓았다. 그리고 살만한 지 몸이 습관이라는 패턴 속으로 나를 이끈다.

아침 5시 나를 만났다.

"고생했어~ 그리고 잘 버텨줘서 고마워."

일상 속에서 누군가에게 마음을 담아 전했던 말들을 나 자신에게 전해본다.

눈가가 흐려지고 가슴이 따뜻해진다.


알아주고 싶었다. 마음을~.

그래야  무의식이라는 녀석이 심술을 부리지 않을 것 같았고

그래야 평온하게 균형을 잡고 일상생활에 집중할 수 있으며

작년부터 부쩍 올라오는 엄마와의 갈등도 잘 이겨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는 갱년기라 그래, 라며 쿨하게 넘기지만

난 그렇게 쿨하지도 못하기에 나를 어르고 달래야 했다.


병원의 진단명은 몸살감기. 그러나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수준은 넘었다.

나에게는 어떤 생각도 느낌도 다 차단해 버리고 그저 '살고 싶다'라는, 아니 '살아야 한다.'라는 간절함만

붙잡고 고통에 몸을 맡기는 그 시간이었을 정도로 처절한 싸움이었으니까.

그 시간이 지나니 살아 있음이 감사함으로 자리한다.


나는 그래도 내 감정을 제법 잘 조절하는 사람인데 엄마에게는 그 감정이 감추려고 애써도 들키고 만다.

특히 오십 중반으로 넘어서고부터는 엄마도 나도 서로의 감정의 부딪힘이 심하다.

엄마와 부딪히고 오면 '참 못났다. 칠십 중반인 엄마 속 뒤집어 놓으니 좋으니'라고

나 자신에게 다시 한번 화살을 쏘아 생채기 난 곳을 다시 휘젓고 만다.


머리로는 우아하게 평정심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대처하고 싶다. 하지만 안 되는 것을 어찌하리.

계속 생채기 난 곳을 후벼 팔 수도 없고 (나도 아프고 불쌍하다.)

늘 훅 들어가 엄마를 공격할 수도 없으니 나 혼자서 대공사를 하기로 했다. 엄마와 딸의 심리적 관계공사


가족치료학자인 뮤레이 보웬(Murray Bowen)은 '우리가 지고 있던 감정적인 짐을 처리하지 않고는 어린 시절 가족의 영향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라고 했다. 이는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어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엄마와의 내 감정을 정리해야 현재의 엄마와의 관계가 좀 더 편안해질 듯하다.


엄마에게만 왜 그러는지, 엄마가 고마우면서 왜 밉고 불편한 지, 사랑하면서 화를 내고 이불 킥하며

후회하는지 그런 나를 만나보려 한다. 엄마와 내가 처음 만났던 날부터~


픽사베이:


 엄마와 딸의 관계 공사를 시작합니다.

도착하는 지점에서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꿈꿉니다.

                    

엄마와 관계가 편안하지 않다는 건

엄마를 보면 욱~ 하고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는 건

엄마와 더 친해지고 싶지만 잘 안된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 이유를 알아주고 보듬어 줘야겠다.



마음을 보듬어 줍니다.


어른처럼 감정을 잘 조절하고 싶은데, 엄마와도 다른 사람들처럼 잘 지내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아 속상했겠다.

그런데 안된다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야.

부끄러운 자신을 마주할까 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슬픔을 직면할까 봐 미리 겁내고 도망치지 말자.

"사람이니까 실수할 수 있고 사람이니까 상처도 받을 수 있고 사람이니까 아프기도 한 거야.

그게 정상이야."

이 시간을 잘 이겨내고 나면 엄마와 편안하고 안정적인 관계가 되어있을 거야. 뿌리 깊은 나무처럼.


나무님들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일까요? 가깝지만 먼 당신인가요? 아니면 곁에 있어서 너무 편안한고 좋은 당신인가요? 어떤 관계이던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예요. 혹시 저처럼 가깝지만 너무 먼 당신이라면 진심으로 가까워지고 싶다는 마음이 숨어있을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그 이유를 찾아 과거의 나를 만나보면 어떨까요?

그 여행길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엄마의 인생이 숨어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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