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계

생명 있는 모든 것 앞에 합장

by 연꽃부용


다 알아도 또 웬만해서는 모르는 일

아마 아무도 모를 거야,

어제 내가 한 일과 그 덕에 내가 겪은 일의 관계를 말이야

또 모를 거야, 많은 이들이 말이야


꽃망울을 올리기 시작한 가을 국화 꽃등에

알알이 새까맣게 붙어있던 건 뿔달린 진드기, 진드기

해충약을 꺼내와 가차없이 쏴~아

화단 구석구석 새까만 진드기 무리를 하얗게 젖도록 쏴~아

나뭇가지로 꽃대를 젖혀가며 숨어있는 알까지 박멸 박멸

미처 피하지 못한 새끼들도 성충 진드기와 함께 그 자리에서

모두 죽어 죽어


아~ 이제 꽃이 피면 꽃을 꺾어 집에도 꽂고 좋은 사람들에게 한아름씩 꽃향기도 선물할 수 있겠어

진드기가 집안까지 따라오는 일도 숨겨져 있던 알이 깨어나 바글거리지도 않겠어

개운하게 난 잘 수 있어,


아니 아니 천만의 말씀!

악몽은 나와 거리가 멀지만, 낮에 한 일이 정말 잘한 일이 아닌 건 만 하루가 지나기 전에 깨닫고 말았지



거대 외계 생명체가 지구에 찾아와 모두를 난도질해 죽였어, 내 앞에서 아이도 어른도 동물도 나와 관계가 없는 모든 생명도

급기야 태양도 폭발했어

인류의 흔적이 사라지는 게 잠든 꿈속에서 선명하게 보였어


나의 심장은 너무 빨리 뛰는 것 때문에 아주 멈춘 것과 전혀 다르지 않았어

사지가 벌벌 떨리며 겨우 눈을 떴고 꿈인 걸 알았어


생사가 동쪽과 서쪽이고 아침과 저녁이고

앞모습과 뒷모습이고 너와 나였어

그래서 덮어놓고 고승들은 깊은 얘기 없이 걸음 옮길 때

대빗자루를 쓱쓱 쓸었던 거야


난 어제 한 세계를 무너뜨리고 파멸시킨 큰 죄를 짓고도

나만 행복하려고 했던 거야


하~

고백하고 나니, 숨이 쉬어져



옴 샨티 샨티 샨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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