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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위기 속 대안 찾기"

by 허당 언니

매년 오는 그 시기, 매일 야근하는 시기가 왔다. 연간 계약 시즌…

“내년도 목표를 수립해서 가지고 와봐.”

“부문장님, 목표 수립에 변수가 있는데요. 저희가 PB 개발을 공격적으로 하다 보니, 해당 브랜드들이 마켓 쉐어를 뺏겼다고 컴플레인을 하고 있습니다. 계속 PB 개발을 진행하면, 납품을 안 하겠다고, 재계약도 안 하겠다고 합니다. 우선 내년도 계약을 해야 하니까, 그 전에 뭔가 얘기를 해야 합니다.”

“세제를 납품을 안 하겠다고? 왜? 내가 식품 부문장할 때는 그냥 거래 종료 시켰어. 그렇게 강수를 두고 나한테 결재를 맡아야지, 뭐하자는 거야?”

“메이저급들이 다 그래요. 정말 밤새워서 현재 이익, 내년도 성장률, 매출을 계산하고 있는데, 그 안을 A, B, C, D 안으로 준비하는데, 업체들이 정말 안 한다고, 이제 전화도 안 받습니다.”

“아니, 그럼 나보고 어쩌라고? ABCD 말고, 그럼 그 뒤의 대안으로 E, F, G라도 해서, 그들과 얘기를 해야지. 그들이 개선책을 마련해 와.”

“그럼 목표 수익률 성장률이 안 나옵니다.”

“조팀장, 나하고 장난해? 그게 나오도록 조정하는 게 조팀장의 일이 아니야? 그거 못하면 거기 왜 있어?”

정말 조인트를 까고 싶었다. 어쩔 땐 저놈이 왜 회사에서 월급을 타고 가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식품 부문장이었을 때는 모든 업무 처리를 양차장이 했었다. 엑셀도 잘하고, 모든 숫자와 결과를 나한테 보고하는 게 깔끔했다. 그런데, 조팀장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같이 회의에 참석했던 도과장이 다른 아이디어를 하나 냈다.

“혹시 푸시 효과를 원하시면, 제가 한 번 기획안을 작성해서 해보겠습니다.”

“그럼 대책을 마련해 봐.”

며칠 뒤, 대안이 제시되었다. 연간 계약이 안 되는 회사, 특히 해외 브랜드 수입사들 중 마진이 안 남아서 추가 마진 확보가 어려운 회사의 제품을 대상으로 병행 수입을 제안했다.

“이 제품이 한 달 매출의 50% 이상 차지하기 때문에, 해당 업체의 제품을 저희가 직수입한다고 하면, 저희 마진을 확인할 수 있고, 첫 물량만 입고되면 해당 업체는 자신의 국내 마켓 쉐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온라인 매출처가 없는 상태에서 저희와의 계약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 병행 수출을 해주는 업체 리스트와, 이를 대행해서 수입해주는 업체 리스트입니다.”

“좋아, 좋아! 한 번 도과장님 추진해 봐.”

“근데 제 업체가 아니라서, 물론 다른 업체들도 제 업체와 협상 안 되는 건들이 이렇게 해서 성사된 것들이 있습니다.”

“그럼 차대리 업체인데, 수입은 도과장이 추진해 보고, 같이 일해 봐.”

의외였다. 지난번에 재택을 못 하게 해서 좀 그랬는데, 매번 위기 때마다 대안이 없을 때마다 아이디어를 내서 타결책을 제시하고, 내가 보고할 수 있게 해 주니, 고맙기도 했다. 나중에 성과 평가할 때 한 번 고려해줘야겠다.

월급 받고 하는 일이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매번 보고할 때 마다, 해결책을 안 가져오고 문제점만 가져 오는 조팀장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푸드부문장 였을때의 경험을 말해줘도, 답답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나 보고 받는 사람이지, 내가 대책을 어떻게 마련해.


그래도 실적이 나오니깐 계속 갈구기는 하지만, 아직 업무의 손발이 안맞으니깐 갑갑 답답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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