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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매출 빠지지 않게 하는 법, 우스운 리더쉽"

by 허당 언니


"매출 빠지지 않게 하는 법, 위기 속에서의 우스운 리더십"



“왜 갑자기 어제 메인 페이지가 안 보이지?” “어제 메인 페이지에서 장애가 발생했습니다.” “무슨 장애? 장애인도 아니고?” “부문장님, 그게 그런 장애가 아니고, 보통 웹페이지 장애는 웹사이트나 웹 애플리케이션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거나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저희가 이번에 PB 행사를 강하게 하고, NB 브랜드도 50% 할인해서 난리가 났어요.” “조 팀장, 자네, 내가 새벽에 핫라인으로 톡을 하면 봐야지. 왜 즉각 즉각 대답을 안 해?” “죄송합니다. 그래서, 새벽 5시에 전화주셨잖아요. 저도 밤새 알람이 울려서 바로 상황을 파악하느라 다들 자고 있어서, 업데이트하는 게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알았고, 핫라인은 꼭 깨어있고, 그럼 앞으로 대책이 뭐야?” “서버 증설은 하기로 했고, SCM팀에서 AWS를 쓸지 상의 중이라고 합니다.” “MD들이 행사 기획했고, 물건 확보해 놨는데, 고객들은 살려고 하는데 장애가 터져서 매출 빠지는 건 그들이 책임지겠다고?!” “책임지겠습니다, 부문장님.” “알았어. 이따 보자.”




출근하자마자 부문장급과 SCM 산하 테크팀과 미팅을 했다. “아니, 당신들이 매출이 빠지면 책임질 거예요? 이번 행사 준비하느라 MD들이 기획한 상품 재고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CEO한테 불려가면, 당신이 뭐라고 할 거예요?” 내 잘못이 아니니까 격하게 나갔다. 그래야 내가 일 좀 한다는 소릴 들을 기회가 생기고, 현재 장애로 인한 기회 비용으로 생긴 재고 보유일수도 CEO한테 면피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부문장님, 저희도 힘들어요. 이번 트래픽이 예상되었고, 저희가 사전에 CEO한테 서버 확충이 아니라 유동적으로 쓸 수 있는 AWS로 전환을 요청했는데, 씨알도 안 먹혔어요. 상품 기획하느라 돈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아니, 장애로 서버가 다운되는 게 아니라, 몇 분만 기다려도 고객이 살 수 있게 해주면 안 돼? 싸면 다 사게 되어 있어.” “그게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라서요.” “몰라,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어떻게든 복구시켜놔. 언제까지 할 수 있는 거야?” “새벽부터 긴급 대응팀 119팀이 온디멘드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몇 시간 후에는 복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행히, 내 책임은 아니라서 모든 긴급 회의에서 당당히 맞설 수 있었다. 회의가 끝나고 오니, 11시 30분이 되었는데 한두 명을 제외하고 직원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짜증이 나서 바로 부문회의를 갑자기 소집했다. “어떻게 된 거야? 팀장들, 팀원들이 점심 먹으러 몇 시에 가는 거야? 우리가 언제부터 11:30부터 점심시간이었어? 왜 다들 없어?” “1시간은 좀 빡빡해서요. 업체와 미팅하면서 점심 식사하는 경우도 있고, 약속 있으면 그런 경우 유동적으로 11:30부터 미리 점심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 사전에 승인을 받고 하는 거야?” “부문장님, 팀 사람들이 애들도 아니고, 학교도 아니고 자기 시간 관리를 하는 거지. 점심시간 +/- 30분은 좀 양해 부탁드립니다.” “머라고 이 사람이. 팀원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 거야? 급한 건 있으니, 우선 있는 사람들만 모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달해.” “네,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내가 이렇게 하나하나 따지면서 사람들을 관리하는 게 아니고, 내가 필요할 땐 자리에 있어야지. 왜 자리에 없냐고, 근무시간에 시간을 지켜야지. 내가 꼰대도 아니고, 그래도 최소한 근무시간은 지켜야지. 이건 직장의 도리이지. 그리고 내가 필요하다고 하면 조 팀장은 바로 팀원들한테 전화를 돌리던지 뭔가 조치를 해야지. 나를 자기네들 사정에 맞추려고 하니 짜증이 급상승했다. 지가 무슨 팀원들 대변인도 아니고, 매번 이렇게 나서는지, 주책인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저렇게 눈치가 없는데 어떻게 팀장이 된 거야.




아무래도 눌러야지, 건들어야지 점심시간, 왜 점심을 1:30분에 해야 하냐고. 내가 급한데, 새벽부터 장애 콜로 잠을 못 잤더니 아주 피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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