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을 한다고 다른 여자가 되는 건 아니지만
아직 타인에게 칭찬받는 게 좋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타인의 입을 통해 '잘하셨어요.'라는 격려를 들으니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이 솟구쳤다. 들뜨고 달아오른 상태. 혼자 마구 신나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분명 마냥 즐겁고 다 잘될 것만 같았던 그 미열은 다음날 깨고 보니 두려움이 되었다. 마치 원래 모습이 그랬던 것처럼.
아침에 일어나서 복잡한 생각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 생각들이 부정적인 의식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확실하다. 그 감정의 기저에는 결국 두려움이 있었다.
'나는 내 글이 좋아. 충분히 좋아. 다른 사람이 읽어주지 않아도 그래도 나는 내 글이 좋다. 괜찮아.'
파고파고 들어간 감정 밑바닥에는 글을 통해 나를 완전히 드러내는 게 두려운 건 아니지만,
'내 글은 나에게만 좋은 게 아닐까? 이런 글이 누군가에게도 가치가 있을까?'
의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가끔 어느 날에는 그 의문이 기억도 안 나기도 하고 누군가의 응원과 격려에 완전히 숨어버리기도 한다. 그래.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명상이 필요해.
45분짜리 차크라 명상을 틀고 40분 동안 계속 딴생각을 했다. 이렇게 질기도록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건 오랜만이다. 그러고 보니 요새 잠을 별로 안 잔다. 아무리 빨리 잠들어야 12시 늦으면 4시까지도 이상하게도 6시간 자고 나면 저절로 잠에서 깬다. 그렇게 좋아하던 낮잠도 자지 않는다. 몸은 피곤하다고 피부는 괴롭다고 내게 항의를 하는데 이상하게 졸리지도 멍하지도 않고 점점 업이 된다. 조금 진정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마지막 5분간은 무언가 비어진 기분이었다. 나란 사람은 과제 하나에 꽂히면 그게 뭐가 됐든 불도저처럼 물고 늘어진다. 그래서 독하단 말도 들었고 성실하단 말도 책임감이 강하단 말도 들었다. 스스로는 집중력이 강하다고도 생각하지만 어쩌면 무언가에 사로잡히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와 사는 건 꽤 독특하다. 처음에는 이 여자를 다루기가 너무 힘들고 벅차서 미워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분명 쉽지 않지만 이번 생에 내가 이 여자로 태어난 의미가 있겠지.
명상을 한다고 이 여자가 다른 여자가 되는 건 아니다. 복잡한 생각이 단순해지는 것도 아니고 감정의 변화의 폭이 좁아지지도 않는다. 그래도 이젠 이 여자도 진정할 수 있다는 걸 안다. 가만히 가만히 앉아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게 내버려두고 숨을 가다듬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안정된다. 아무것도 변한 게 없데도.
이젠 생각의 파도가 마구 덮쳐올 때 어눌하지만 서핑 자세를 서서히 잡는 법을 배운 것 같다. 파도 그 자체가 공포가 되지 않도록 조금씩 연습한다. 완전히 햇빛 좋은 날 해변에서 여유롭게 파도를 타며 일광욕하는 모습을 을 꿈꾸는 그런 초보자의 나날.
조금 더 용기를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