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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윤 Nov 21. 2020

용기가 필요할 땐 소확행에 기대자

하쿠나 마타타! 대책없는 낙관론자가 되는 법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쁨과 행복으로 점철된 에너지 파장은 좋은 일을 끌어당긴다는 소리는 종종 듣곤 하지만, 이렇게 겪어보니 세상에! 그 말은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진짜다. 멋진 하루를 보낼 걸 알았지만 생각보다 더 멋진 하루를 겪고 나니 너무 행복해 자꾸만 속으로 노래가 나오고 별 거 아닌 일에도 웃음이 나온다. 뭐라도 쓰고 싶고, 뭐라도 만들고 싶고, 이 행복을 전하고 싶어 좀이 쑤시다. 그야말로 하이텐션! 



몇 주 전 반짝, 이런 이벤트를 기획해보면 재밌지 않을까 싶어서 혼자 신나서 끄적거리다가 곧바로 의기소침해졌다. '이걸 누가 할까? 아무 반응도 없을 거야.' 혼자 시무룩해져 없던 일로 해본다. 왠지 보기 싫어 저만치 던져놓은 A4용지를 버리지도 그렇다고 어디 숨겨 놓지도 못하고 미련처럼 책상 한 구석에 슬쩍 장식품처럼 끼어두었다. 그러다가 차를 한바탕 흘리는 바람에 종이는 너덜너덜해지고 글씨는 다 번지고 내 마음 같아 안스러웠던 계획. 



그렇지만 이런 밤이라면 용기가 난다! 이렇게 대책없이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이라면 아무도 반응하지 않아도 누가 뭐라 한들 뭐 어떠리! 알게 뭐람, 그것또한 운명인 것을. 즐겁게 하하호호 웃으며 넘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재미난 내용들이 연달아 생각난다. 창조적인 에너지가 온 몸 가득 솟아남을 느낀다. 이런 기분 너무 오랜만이야. 의욕과 열정 용기와 의지가 솟구치는 아름다운 토요일 밤이다.



혼자 집에서 모아보려고 해봐도 좀처럼 잡아둘 수 없었던 이 긍정적 기운은 오늘의 소확행에 기원했다. 집순이 기질을 거부하고 오랜만에 만난 애정하는 동생과 약속을 잡고, 맛있는 칼국수를 먹고 한눈에 반했던 감이 좋던 작은 전시회에서 차분하고 즐겁고 깊은 대화를 오래나누었다. 창조적이고 감각적이고 들뜸이 서려있던 공간의 기운을 받아서, 헤어지기 아쉬워 커피도 한 잔 더. 실 없는 대화를 하고 심각한 주제를 논하면서도 많이도 웃었다. 아주 많이.



헤어질 때 오늘 즐거웠다는 확실히 기쁜 동생의 표정으로 나와 같은 감정을 그도 느꼈으리라 확인하고, 무슨 이야기를 해도 어떤 기분이라도 너와 함께하는 시간은 늘 즐거울 거라는 확신을 했다. 곧 도착한 버스 창가자리에 앉아 예전 늘 나를 만나면 나의 행복과 안녕을 진심으로 기도해주던 친구가 떠올라 나또한 진심으로 기도 했다. 내가 아닌 너의 행복을 위해 너무 간절하기보다는 확신을 담은 마음으로, 네가 뽑았던 타로의 카드의 미래처럼 너의 영혼이 화사하게 빛나고 웃으며 누군가와 아름답게 사랑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리며.



도착한 집에서도 오순도순 남편과 장난을 치고 놀토를 보면서 배가 터지게 웃었다. 아, 너무 좋다. 너무 행복해. 오늘은 나의 축제구나. 내 영혼이 부르는 노래와 멜로디는 이런 거구나.



요새는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 뻔하고 뻔한 그런 말이 마음 가득 느껴진다고. 그 차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예전 머리로 알던 것과 지금 그 말을 체감하며 진정 아는 상태는 분명히 다른데, 이건 실존하는 느낌인데, 기록하고 싶은데 적어보면 다 뻔하고 아는 진부한 말이 되어버린다. 이래서 진리는 발견되는 거겠지 누구에게 발명되는 게 아니라. 



어느날 어렵고 도전적인 과제에 막혀 도무지 힘이 나지 않는 하루를 맞이했을 때 이 글을 꺼내 읽으며 깨어나야지. 확실히 아는 소소한 행복을 경험하고 다시 힘을 빌어야지. 에너지는 전이되는 거니까, 행복하고 편안한 마음이 가득차면 없던 용기도 솟아나니까. 


오늘은 아침부터 '하쿠나마타타'를 흥얼거리며 춤을 췄다.
 '근심 버리면 즐거워요! 하쿠나 마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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