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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윤 Jan 05. 2021

마법의 비일상성 다시 일상

in 고물다방


일상에서 마법의 순간을 찾는 일은 보통의 나날과 그리 구분되지 않는다. 

0.5초 거리의 변화, 매일 눕던 침대, 매일 앉던 의자, 매일 마시던 차 한잔, 매일 듣던 노래 한 곡, 매일 맞이하던 달 하나 띄어놓고, 매일 하던 통화를 한다. 잘 모르는 낯선 사람에게 용기를 내어 번호를 누른다.


마법의 주문은 간단하다. '여보세요.'


단 한 가지, 함께 하는 이가 새로워졌을 뿐인데 그 익숙해지다 못해 닳고 닳은 일상은 마법적 공간으로 변모한다. 신기하고 기억에 남는 일이다.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환희, 기쁨, 설렘, 즐거움, 짜릿한, 은근한 흥분 무엇보다 강력한 웃음


또 우리는 그런 마법 같은 일을 다시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한다. 세심하게 매일을 가공한다. 서로를 탐구하고 인생을 설계하고 의미를 탄생시키며 복잡하고 일관적인 관계를 정립한다. 간헐적인 상호작용, 가끔은 닿지 않고 신호도 놓치고 제 마음대로 납땜을 해가며 그의 새로운 방을 꾸민다.


비일상적인 일을 일상으로 만드는 작업 누군가에게는 끝나지 않는 고달프고 덧없는 일, 그러나 그 누군가는 기꺼이 두 팔 벌려 그런 순간을 찾아낸다. 비일상성을 품고 일상으로 돌리는 작업을 생명력 넘치게 흙에 디딘 뿌리처럼 불평 없이 해댄다. 그런 비일상성에 늘 목마른 사람.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일상으로의 회귀라는 쳇바퀴를 매번 새로운 마음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돌리는 사람, 어떤 공통점 보다도 그런 공통된 특성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웅대해진다.





글과 꼭 닮은 동글동글하고 통통 튀는 다정한 목소리가 자꾸 맴돌아 피식 웃게 될 것 같다. 소리만으로도 사랑이 넘치는 사람, 그와 주기적으로 통화하는 사람이 부러워졌다. 모르는 손님을 단골로, 또 친구로 만드는 그 작업을 기꺼이 사랑한다. 앞으로 더 많이 일상으로 편입될 나날에 기대와 설렘을 품으며, 고물 다방에 들려주신 봄아래 님께 감사드립니다.




매주 월요일 오후 9-10시 온라인 고물다방에서 만난 손님과 대화한 후 적는 일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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