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이윤 Mar 29. 2022

디얼 마이노



안녕하세요.


아마도 높은 확률도 당신에게 닿을리 없겠지만 무언가에 홀린듯 저는 이 편지를 써야 할 것 같았어요. 오늘은 어제 만들어둔 김치볶음밥을 먹으며 최근 당신이 출연한 TV 프로를 시청했어요. 가볍게 접근했던 제게 낯선 당신의 말과 표정은 한동안 심장을 찌릿찌릿 마음 아프게 만들었어요. 이런 경험은... 몇 번 있었죠. 팬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다른 별 거 아닌 한 존재로서 당신에게 사랑을 나눠주고 꽉 안아주며 쉬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우울할 이유가 없는데 내가 대체 왜 우울하지? 아마도 당신은 이유를 이미 알고 있었을 거에요. 그러나 다시 여러 각도로 생각해본 결과 상대적으로 자신에게는 우울할 자격이 없다고 여겨졌겠죠. 저는 아주 게으른 사람인데다가 당신과는 처지가 정반대에 가깝지만, 놀랍게도 당신이 했던 생각은 한 때 제게 밀려왔던 생각이었어요. 이렇게 사는 건 의미가 없고 의미 없는 삶을 살 바에야 차라리 죽음이 나아라고. 평범한 일상을 견딜 수가 없었죠. 이게 다라고? 고작 이런 게 다라니. 믿기지 않았어요.


평범하게 살아가는 저도 저런 생각이 들 때, 생각이 마구 달려가 브레이크를 걸지 못했는데, 실제로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작업을 하며 대중에게도 다른 이에게도 사랑 받는 당신에게 저 생각은 얼마나 실재적이었을까요, 성공하고 사랑받을수록 불행의 이유가 된다니 모순된 말처럼 들리지만, 일상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별 거 아닌 평범한 당신 안의 또 다른 자아는 당신이 훨훨 날아갈수록 소외될까 불안하다 못해 당신의 목을 질식시켰겠지요.


자세한 건 알 수 없지만, 제가 당신을 이해한다 말할 수도 없지만, 당신의 고통과 불안과 생명을 태워 만든 예술을 좋아하긴 하지만, 당신이 그 자리에서 추락할지라도 두려워하지마요.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의미있는 대상이라니 떠오르는 게 없다고 말했죠. 그래요. 그건 좀 슬픈 일이죠. 정말 깊이 이해하고 사랑받는 누군가 있으면 훨씬 쉬워질텐데. 그래도 두려워하지마요. 지금 당신이 그어 놓은 엄격한 선에서 탈락해 울고 있는 당신 안의 다른 모습들까지 편안하게 곧 사랑하게 될 거에요. 우위 같은 건 없어질거고, 그 선을 그었던 당신조차 용서하게 될 거에요.


아프다는 건 구해달라는 신호이고, 당신은 용기가 없었다고 말했지만, 이게 제게 닿은 건 두려움을 딛고 용기를 냈다는 말이죠. 창조와 영감의 뗄감은 자신을 잃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아요. 아니 사실 우리는 통로일 뿐이니까 우리가 하는 일이 아니라 그게 우리 안에서 재현되는 거니까 잃고 싶어도 잃을 수 없어요. 당신이 두려워하지 않는 한. 그러니 그저 존재로 살아도 되요.


푹 쉬었으면 좋겠어요. 잠도 잘자고. 햇빛도 많이 쐬고,

아무런 자극이 없는 그 일상의 평온함과 무탈함이 당신에게 스며들어 모두 에너지로 전환되기를.
그래서 어디서도 둥지를 찾기를 : )


저를 포함한 많은 이가 당신에게 사랑을 보냈으니 모두 챙겨 넣어둬요.
좋은 밤 되시길

매거진의 이전글 감정에 빠지지말고 끌어올리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