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텔라 Dec 27. 2023

Mi Cubano를 알레에게 선물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의 이야기를 계속 써 내려가자고

알레와 그동안의 근황을 나눴다. 책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책 제목은 ‘Mi Cubano’라고 말했다. 



-그럼 나? 나에 관해서 쓴 거야? 

-당연하지. 근데 한국에서는 별로 안 유명해. 


-서점에서도 팔아? 


-응. 많이는 아니고 조금, 작은 서점에서. 그런데 얼마 전에 깨달았어. 한국 사람들은 별로 이 이야기를 안 좋아할 거라는 거.


 -당연하지. Stella 이건 꼭 영어와 스페인어로 번역해야 해. 아마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엄청 좋아할 거야. 내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 이야기를 해. 다른 곳에 없는 이야기라고 그들은 우리 이야기를 정말 좋아해. 그리고 너에 대해 이렇게 말하지.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냐고? 요즘 같은 세상에! 천사 아니냐고?


 -하하하. 너는 내 실체를 알잖아. 너무나 인간이란 걸. 우리가 얼마나 싸우고 미친 짓을 많이 했는지도


나 역시 비슷한 질문을 한국에서 받은 적 있다. 


-알레, 너를 위해서 했던 게 아니야. 나를 위해서 했어. 그때 널 사랑했고 넌 스텔라였어. 내게도 무엇보다 자유가 중요했지. 나는 나를 해방한 거야. 내가 너를 구해준 게 아니라. 너를 구한 건 바로 너 자신이야. 그때부터 진정한 내 인생이 시작됐어. 그 책 덕분에 좋은 사람들과 연결됐어. 그 이후로 내 인생이 변했어. 전부 책이 시작이었어. 고마워, 알레. 진심으로. 


 -스텔라. 나야말로 고마워.


 -나는 누구보다도 네가 제일 먼저 이 책을 읽어 주길 마음속으로 바랐던 건 지도 몰라. 아마 읽으면서, 아닌데, 그건 내 기억과 다른데. 진실이 아닌데. 그럴지도 몰라. 철저히 내 관점에서 썼거든. 


 -빨리 읽고 싶다. 





 알레는 행복하냐고 물었고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알레도 행복하다고 했다. 행복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는 거라고. 



-스텔라 너는 특별해. 너를 잊을 수는 없어. 사람들은 다 척을 해. 좋아하는 척, 괜찮은 척, 위해주는 척, 그들은 다 가짜야. 세상에 온통 가짜들로 가득 찼어. 그런데 넌 진짜잖아. 진짜를 주는 사람이잖아. 그때 너에게 받은 건 절대 지워지지 않을 거야.


나는 ‘진짜를 만나고 싶다고. 스텔라는 진짜라고.’ 누군가 해준 말이 떠올랐고 알레도 내게서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사실에 전율을 느꼈다. 


-알레 사랑하는 게 있어? 네가 사람이든 사물이든 예술이든 뭐든 하나쯤은 사랑하길 바라서 물어보는 거야.


 -그렇다면… 삶! 난 나의 삶을 사랑해. 삶을 통해 배운 모든 것과 내 사고방식을 사랑하고. 



대화를 통해 알레가 정확히 내 마음과 같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서로의 우주에 계속 서로를 두고 싶다는 걸. 자신의 욕심이나 통제를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죽을 때까지 써 내려가고 싶다는 걸. 


우리는 떨어져 있었는데 놀랍게도 같은 걸 배우고 같은 생각을 하며 살았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비록 나의 마음을 전부 제대로 전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사랑과 기쁨이 가득 찼다. 나도 알레도 업그레이드되었고 비로소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쿠바에서 갈구했던 그땐 찾지 못했던 진정한 평화가 있었다.



-약속해, Stella.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의 이야기를 계속 써 내려가자고.


-응. 이 이야기가 뭐가 되든 끝날 때까지 계속 갈 거야. 이제는 도망치지 않아. 이제 나는 네가 해준 말처럼 아주 강하거든.







<Mi Cubano를 읽은 알레의 메시지>



-스텔라 너 진짜 웃긴다! 나 첫 번째 장을 읽었는데 미친 듯이 웃고 있어. 나는 네가 나와의 첫 키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걸 정말 몰랐어. 제발 다음 화를 보내줘. 


 -하하하. 재밌지? 이제 너도 아는군. 다음에 시간이 나면 더 해볼게. 


 -나는 정말 네가 자랑스러워. 나도 너를 따라 그림을 계속 그려 나갈게. 





-좋은 아침 스텔라. 나는 네 책에 중독됐어. 이미 다 읽었는데 더 읽고 싶다. 미안. 번역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걸 잘 알아. 또 넌 바쁘고. 그렇지만 우리가 함께 보낸 좋은 시간과 힘들었던 시간을 모두 기억할 수 있어. 


 -지금까지 책이 맘에 들어?


 -응. 아주 맘에 들어. 그렇지만 어떤 부분은 별로야.


 -오. 그 말은 진짜 날 기쁘게 해. 어떤 부분? 


 -나는 이제 왜 사람들이 나를 나쁜 남자라고 불렀는지 알 것 같아.


 -하하하. 그건 철저히 내 기억과 관점에서 쓰였기 때문일 거야. 알아, 아마 네가 동의할 수 없으리라는 걸. 그렇지만 나의 진실을 쓰기 위해 최선을 다 했어.


 -아니야. 난 이제서야 그때 네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게 되었어. 스텔라, 쿠바에 있을 때 내가 너에게 말하지 않아도 나는 항상 널 신경 썼어! 너는 나의 baby girl이었는 걸!


 -그때 나 역시 멍청해서 많은 게 보이지 않았어. 나는 이 책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길 바라고 있어. 어쨌든 이건 과거의 스텔라 이야기야 지금 나의 이야기도 아니지. 


 -스텔라 나는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너는 언제나 나의 스텔라야! 나 그림을 다 그렸어.


 -오 진짜 좋다. 녹색은 내게 언제나 사랑을 의미해. 


 -고마워. 오늘 하루는 어때?


 -아주 좋아. 한국은 장마야. 비가 아주 많이 쏟아지는데 그게 좋아.


 -비 좋지. 나무들에겐 비가 필요해.








스물두 번의 여름은 스팀잇에서 연재되고 있습니다.

이전 15화 사라진 알레가 내 우주로 건너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