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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라 Apr 28. 2020

가로등 아래 소년들 7-2

K의 이야기 2

K의 이야기2

 K는 오게 된 과정은 무시무시했지만 내가 본 바로는 우리 기관에서 가장 '도덕적인'아이다. 사실 그 아이가 가진 도덕성이 그 아이가 위험한 인간들 속에서 '이건 아니다'라는 걸 깨닫고 벗어나도록 한 것이라고 본다.

 도덕적이지 않은 아이들은 도덕을 그냥 미뤄두고 쉽게 합류하기 때문이다. 가출한 상황, 사회적 약자일 때 생계보다 도덕을 내세우기는 사실 아이들에게 생각보다 아주 어렵다. 악당들은 못되었지만 가깝고, 강하고, 먹을 것과 잠잘 곳을 준다. 가출한 아이들이 이들을 혼자 힘으로 거부하거나 도망치기는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평범한 아이들은 잘 보호받기 때문에 도덕성을 크게 시험받지 않고 살아간다. 하지만 길 위로 내쳐진 아이들은 그 순간부터 매 순간순간이 자신을 시험하는 순간들이다. 그 시험에 서서 결백하기는 정말로, 정말로 어렵다. 가출한 아이들이 사는 세상이 너무나 위험하고 더러워서 그러하다. 가출은 신체적, 물리적으로도 엄청난 위기 상황이지만 정신과 영혼에게도 위험한 순간들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을 지키는 건 감히 어른들도 어려울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가출한 아이들은 생존 중인 상황이다.

 K는 맞을지언정 때리지 않고, 털릴지언정 훔치지 않는다. 기관 내 많은 아이들이 도벽이 있었다. 그래서 교사들은 항상 소지품을 몸에 지니고 다녔는데 K는 절대 훔치지 않는다.
처음 만났을 때 K는 조용했지만 익숙해지고 나니 입이 참 걸었다. 대화할 때 보면 K가 제일 별로인 것 같아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는 가장 친근하고 모두와 격 없는 아이가 다른 아이들 지갑을 다 털어간다. K는 겉보기와 달리 행동은 아주 도덕적인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대부분 아이들이 이틀을 굶으면 훔치지만 K는 훔치느니 이를 악물고 굶으며 일일 알바를 뛰러 갔다. 그 아이의 도덕성이 그 아이를 살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실 아이들에게 배척도 받았다. K가 가진 사회적인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사실 가출 경험이 있는 아이들 속에서는 '혼자 착한 척하는 재수 없는' 애로 치부되기에 K의 성격과 말투는 적절했다.

 K의 문제이자 약점이라면 '정보다 돈'이라는 거다. 물론 돈을 위해 도덕성을 버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K는 따뜻함이나 친근함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K는 기관에서 지내며 점차 변화해 나갔다. 사실 힘들지만 괜히 욕 한번 하고 괜찮은 척하며 버텼다. 우울하지만 괜찮은 척하려고 애썼다. 사실 K는 참 많이, 보이지 않고 곳에서 정말 많이 노력했다.

K는 외로운 아이다. K는 사실 부모님이 그러지 않았다면 그냥 평범하게 살면 좋았을 아이다. K는 아무리 되려고 애써도 '길 위의 아이'는 아니었다. 그러기에 K는 머리가 좋았고, 아이들이 쉽게 넘어가는 '그러면 안 되는 것'들을 꽤 많이 지켰다.

 K의 부모님은 아주 어릴 적부터 K를 거의 가둬 키웠다. K는 유치원 때부터 50분 공부, 10분 쉬는 시간을 지켜왔다고 했다. 그렇게 밤 10시까지 문제집을 풀고 또 풀고 공부하고... 착하게 부모님의 말을 들으며 17살까지 그렇게 살았다고 했다. 친구들이 방과 후에 함께 떡볶이를 사 먹을 때, K는 집에 빨리 오라는 재촉에 서둘러 집으로 갔다. 친구들이 다 같이 pc방에서 놀 때 K는 밤 10시까지 문제집을 풀었다. 문제를 풀다 핸드폰을 보면 아버지의 폭력이 이어졌다. 어떤 날은 공부를 열심히 안 한다고 밥을 주지 않아 굶기도 했다고 한다. 어릴 때는 다들 그렇게 산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다 '이건 아니다'라는 걸 깨닫고 집을 떠났다.

 K는 우리와 3년을 잘 지냈다. 지금은 무시무시한 가출 생활 과는 아주 멀게 살고 있다. 열심히 공부하고, 검정고시를 땄다. 성실하게 일하고 저축을 했다. 저축을 한다는 점은 대단한 일이다. 우리 기관의 많은 아이들이 저축을 배우기 힘들어했다. K는 저축을 하고, 20살이 넘어 자취를 시작했다. 성실하게 월세와 관리비를 내고, 12시간씩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다. 지금은 성실함을 사장님에게 인정받아 20살에 4대 보험을 내는 정식 직원이 되었다. 근속을 하고, 이제 곧 군대를 갈 예정이다. K는 과거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스스로 쌓은 노력으로 부끄럽지 않은 한 사람으로 성장했다.

 K는 많은 고통과 시험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제는 K의 진짜 모습을 알아볼 사람들 속에서 K가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되기를, K가 준만큼 보답받으며 즐겁고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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