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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라 Oct 03. 2020

가로등 아래 소년들 8

I의 이야기

 예전에 가출 카페라는 것들이 인터넷에 있었다.

지금은 다행히 폐쇄되고 경찰이나 쉼터, 청소년 단체들이 올리는 글들로 도배되어 있다. 하지만 전에는 정말 가출한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노리는 범죄자들로 득실득실했었다.

 

 그때 선생님이 연락한 친구가 I다. 처음에 I는 가출한 다른 여느 아이들과 달리 예의 바르고, 문자 맞춤법도 다 맞는 조금 특이한 아이였다. 일반적으로 가출한 아이들 같지 않았다. 어느 날 롯데리아에서 만난 I는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에게 왔다.


 I는 가장 큰 문제없이 잘 지냈다. 오히려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며 나쁜 물이 들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I는 함께 3년간 지내며 친구도 사귀고, 커피와 목공 등 여러 가지 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물론 친구 간에 나쁜 물도 좀 들고 특히 E의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성격 때문에 사이가 좋지 않기도 했다. 나중에 E가 폭력으로 쫓겨나고 나서는 다른 아이들과 잘 지냈다. 그러던 중 I는 20살 즈음이 되어  I를 키워주시던 할머니에게로 돌아갔다.


 나중에 I는 다시 돌아왔다. 집에 있으니 자꾸만 잠만 자고 하루 종일 누워있게 된다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마음을 다잡고 왔다. 서울로 올라와 스스로 자취방을 구하고, 서빙 아르바이트 등을 해서 스스로 생활비를 모았다. 나중에는 야간 택배일을 하며 자취 생활비를 충당했다.  I는 센터 아이들 중 가장 성공적이고 모범적으로 자립에 성공했다. 밤에는 택배 아르바이트, 낮에는 국가 기능사 자격증 취득과 검정고시 공부를 병행하며 I는 21살, 22살을 살아냈다.


 이후 I는 다른 센터의 형님들처럼 보조교사 역할을 맡게 되었다. I는 때로는 교사보다 뛰어나 보일 정도로 자신의 과거와 같이 길거리를 헤매는 아이들을 챙겼다. 새벽 2시에 K의 다급한 연락을 받고 달려가 동네 형인 E에게 맞고 있던 K를 구해오기도 했다.  I는 얼굴이 피떡인 갈 곳 없는 K를 며칠이나 자기 자취방에 재우면서 돌보았다.  이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교사들은 놀라 자빠질뻔했다. 이 일 이후 E는 경찰에 고발되어 지역에서 사라졌다.


  I는 사실 이전에도 K를 범죄 집단에서 빼내 센터로 데려오기도 했다. A와 B를 챙기고 부동산으로 집을 찾는 일을 도와주기도 했다. C가 검정고시 공부를 할 때도 도왔다. 게다가 C의 인턴쉽 때에는 자기 집에서 재우고 아침이면 깨워 밥을 먹여 출근시키기까지도 했다. 동네 동생인 J가 학교에서 문제가 생겨 부모가 포기하고 학교에 가지 않았을 때도 I가 나섰다. J의 연락을 받고 부모님 대신 학교를 가서 J를 챙기기도 했다. 사실상 I의 도움을 받지 않은 센터 아이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I는 그렇게 바르고 참 속 깊은 친구다.


 I는 자격증을 따고 특기병으로 지원해 군대를 갔다. 군대에서도 짬짬이 대학 진학 공부를 하고 있고 군인 월급도 아껴 적금도 넣고 있다고 한다. 명절이면 먼저 연락을 하기도 한다. 코로나 등 일이 생기면 센터 아이들까지 먼저 걱정하며 챙다.


 I를 보다 보면 결국 옆에 누가 있든 스스로의 의지가 자신을 구한다는 걸 느끼게 된다. I는 똑똑하고 바르게 살려 항상 노력한다. 그리고 센터 아이들 중 가장 발전에 대한 의지가 큰 친구이다. I는 사실 이미 스스로 잘 지내고 있어 거의 걱정은 되지 않는다.


 I가 언제까지나 지금의 모습처럼 자기 스스로를 구하고 발전하며 잘 지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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