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이면 완성
오늘로 체한 지 나흘째다. 어제까지만 해도 내 몸은 정상 컨디션의 절반 수준이었다. 사흘째 제대로 음식물 섭취를 못 하니 내 몸은 단 것을 당장 내놓으라고 재촉했다. 끊었던 단 음식이 머릿속으로 끝이 없는 기차처럼 지나갔다.
‘초콜릿, 케이크, 사탕, 롤케이크, 꿀떡, 핫초코 오렌지쥬스.’
단것을 찔끔찔끔 먹으니 곧바로 다음 명령이 떨어졌다.
‘더 줘!’
몸의 균형이 깨지니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은 없었다. 깨어 있고 싶어도 잠이 오고, 자고 싶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먹으면 안 되는데 먹고 싶고, 먹고 싶은데 속이 안 좋아서 먹지 못했다.
밤에 영화를 보면서 기름진 음식을 먹어서 탈이 난 것이다. 인간은 멀티태스킹이 안되는 동물이다. 영화를 볼 때 음식을 먹으면 과식하게 된다. 알면서도 먹은 내 잘못이지.
더 문제는 먹고 잤다는 거다. 알면서도 먹은 내 잘못이지.
이번에 단단히 혼났으니 앞으로는 다시 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지.
영상을 보면서 음식을 먹지 말자!
자기 전에는 음식을 먹지 말자. 소화가 안 되는 것은 더더욱!
기쁘게도 오늘은 사흘 만에 새벽 기상이 가능했다. 몸도 훨씬 가벼워져서 새벽 미사를 다녀왔다.
집에 돌아오니 허기가 밀려왔다. 배고픔이 느껴진다는 것이 기뻤다. 속이 안 좋을 때는 배고픔이랄게 없었다. 그냥 기운만 없었다.
사흘 동안 제대로 된 식사를 못 한 나에게 따뜻한 영양식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파서 몇 일간 주방 일에 손을 놨더니 먹을 것이 없었다. 냉장고에는 먹다 남은 국도 없고, 사다 둔 식재료도 없었다.
냉장고에는 시들해져 가는 팽이버섯 한 봉지가 있을 뿐이었다,
팽이버섯을 째려보다 보니 떠오르는 영양식이 있었다.
‘5분이면 완성되는 ‘버섯 들깻국’을 끓이자.'
*세상에서 제일 쉬운 버섯 들깻국 2인분 끓이기
준비물: 팽이버섯 한 줌, 들깻가루 1스푼
1. 물 4컵(약 200ml)을 끓인다.
2. 물을 끓이는 동안 팽이버섯을 먹기 좋게 자른다.
3. 끓는 물에 버섯을 넣고 파르르 끓이다가 들깻가루를 취향껏 넣는다.
4. 선호하는 조미료(국간장, 액젓, 소금 등)로 간하고 다진 파와 다진 마늘을 넣는다.
5분 만에 버섯 들깻국 완성이다.
더 맛있게 끓이고 싶다면 육수도 내고 다른 버섯이나 야채를 추가하면 된다.
하지만 사흘을 굶주린 나에겐 5분 완성 버섯 들깻국이면 충분했다.
뜨끈한 버섯 들깻국에 찬밥 반 공기를 말아먹었다. 고소하고 담백한 국물이 목구멍을 타고 호록호록 잘도 넘어갔다. 팽이버섯이 알알이 씹히는 식감이 좋았다. 온몸이 따뜻해지면서 나른해졌다. 행복했다.
‘먹을 수 있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이구나.’
예전에는 엄마가 들깻가루를 주시면 어찌 먹을지 몰라 난감했는데 이제는 없어서 못 먹는다.
활용도가 높은 들깻가루는 한두 달 먹을 양을 사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먹으면 좋다.
국에도 넣고 나물 무칠 때도 넣으면 간을 적게 해도 감칠맛이 난다. 배가 고플 때 뜨거운 물에 타서 소금을 톡톡 쳐서 마셔도 좋다.
들깻가루에 영양이 풍부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피부에 좋다고 한다.
시들어가고 있는 버섯이 안쓰럽다면 버섯 들깻국을 끓여보자. 버섯도 살리고 내 건강도 살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