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손내밥 Apr 13. 2024

세상에서 제일 쉬운 볶음밥

소식좌를 위한 맞춤형 식사

-밥 먹는 것을 귀찮아한다.

-피곤하고 졸리다면, 아무리 배가 고파도 먹지 않고 잔다.

-배가 고플 때 먹을 수 있는 알약이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집에 먹을 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먹고 엄마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바로 먹을 수 있게 차려 놓은 것이 있어야 먹는다.(만들어 먹거나 사 먹지 않는다.)

-일품요리를 선호한다.

-하루 한 끼만 먹고도 산다.


소식좌의 특징이다.


내 딸은 소식좌이다.

딸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입이 짧고 편식이 심했다. 그래도 중학생 까지는 적은 양이어도 삼시 세끼를 먹었다. 고등학생이 되자 먹는 양이 줄고 소식좌 성향이 심해졌다.


“점심 먹었니?”

“아니. 배가 하나도 안 고팠어.”

아침에 밥 두 숟가락 먹고 학교에 가서 오후 5시에 돌아온 아이가 하는 말이다.

고 3이라 체력이 중요한 때라 잘 먹어야 하는데 안 먹어도 너무 안 먹는다. 과도한 스트레스가 이유인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다섯 끼를 먹고도 모자랐던 나의 고 3 시절이 생각나서 더 안타깝다. 나는 먹는 것이 큰 기쁨이었고 스트레스를 이기는 힘이었다. 딸아이는 오직 보는 것(스마트폰 삼매경...)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딸아이는 아침에 밥 두 숟갈을 먹고 점심은 베이글 반쪽을 먹거나 안 먹는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는 저녁과 야식으로 살아가는 중이다. 걱정되어 저녁 식사 시간에 반찬을 다양하게 차려주면 싫어한다. 먹기가 귀찮다는 이유다.


예능에서 ‘소식좌’를 다루기 전에는 딸아이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김소현씨와 산다라박을 보면서 딸아이에 대한 걱정을 조금은  덜었다. 먹는 것은 타고난 체질이라 어쩔 수 없으니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는 중이다.


소식좌 딸에게 자주 해주는 메뉴는 볶음밥이다. 

다양한 재료를 다져서 볶아주면 한 그릇에 영양을 골고루 담을 수 있다. 다진 재료는 씹기도 좋고 몸에 흡수도 잘 된다. 엄마는 딸에게 골고루 영양소를 제공해 줄 수 있고 딸아이는 간단히 먹을 수 있어서 좋아한다.


다양한 야채를 넉넉히 다져서 냉장 보관하면 세상에서 제일 쉬운 볶음밥을 만들 수 있다. (볶음밥용 냉동 야채도 있답니다.) 기름을 두르고 주재료를 볶다가 소분한 야채와 밥을 볶아주면 끝이다. 


주재료만 바꿔주면 매일 다른 볶음밥을 만들 수 있다. 주재료는 단백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소고기 볶음밥, 돼지고기 볶음밥, 닭고기 볶음밥, 훈제오리 볶음밥, 새우볶음밥, 오징어 볶음밥, 참치 볶음밥, 명란 볶음밥, 유부 볶음밥, 두부 볶음밥, 돈가스 볶음밥, 너겟 볶음밥, 햄 볶음밥 등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간을 맞추는 양념에 따라서도 다양한 맛내기가 가능하다. 소금, 맛간장, 굴 소스, 고추장, 케첩, 카레 가루 등을 번갈아가며 넣어준다. 양념만 달라져도 어제의 볶음밥과 다른 맛을 낼 수 있다. 해물볶음밥에는 굴 소스가 잘 어울린다. 카레가루는 돼지고기나 닭고기어울린다. 


단백질을 더 넣고 싶으면 계란 스크램블을 추가한다. 지방을 더 넣고 싶은 날은 버터를 추가한다. 버터를 넣으면 맛은 더 고소해지고 풍미가 살아난다.



오늘은 딸을 위해 새우볶음밥을 만들었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새우볶음밥 만들기.


1. 기름을 두른다.

2. 주재료(데친 새우)를 볶는다.

3. 다진 야채와 찬밥을 넣어 볶아준다.

4. 간(굴 소스)을 한다.


얼른 힘든 입시를 치루고 딸아이가 입맛을 되찾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세상에서 제일 쉬운 불고기 덮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