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을 위한 요리 1
호두가 좋은 식품이라는 건 대부분이 알고 있다. 세계 10대 슈퍼 푸드에 호두는 꼭 포함된다.
호두의 효능은 놀라우리만큼 많지만 그중에서도 아버님과 같은 신경 퇴행성 환자에게 좋은 부분이 특히 많다.
.오메가3, 비타민E, 다양한 폴리페놀 및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영양소가 함유되어 치매와 같은 뇌 질환을 치료 및 예방한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하고 혈압을 개선하고 염증 반응을 감소한다.
.혈전을 좋게 해 동맥경화, 심근경색, 협심증 등의 예방을 돕는다.
.인지 기능을 개선하고 신경을 보호한다.
.활성산소를 제거하여 노화를 방지한다.
.트립토판, 칼슘, 비타민B1 등은 신경 안정, 우울증, 불면증 개선에 도움이 된다.
루게릭 환자에게 호두는 더없이 좋은 식품이다. 병원에서는 매일 섭취하기를 권장한다.
아버님은 아직 연하곤란(음식을 삼키기 힘듦)은 없지만 호두 특유의 쓴맛과 까끌까끌한 식감 때문에 자주 드시기는 쉽지 않다.
아버님께서 호두를 매 끼니 드실 수 있도록 호두조림을 만들어야겠다.
루게릭 환자는 식사를 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체중이 줄면 급속도로 건강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활동력이 떨어지면 소화력이 떨어지기에 음식을 조금씩 자주 드셔야 한다. 하지만 식사를 자주 하면 혈당을 높일 수 있는 문제가 생긴다.
조림에는 설탕이 필수지만 아버님을 위한 호두조림에는 설탕 대신 조청을 써야겠다.
조청은 엿기름으로 만든 천연 감미료다. 단맛을 내지만 설탕처럼 당을 올리지 않아서 당뇨환자에게 사용해도 좋다. 단맛만 내는 것이 아니라 영양도 풍부하다.
조청에 있는 아밀라아제 효소는 혈액순환을 돕고 노폐물을 배출해 준다. 소화를 돕는다. 피로회복과 두뇌활동에 좋다.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과거 선비들이 공부하기 전에 먹었다고 한다.)
좋은 조청을 찾다가 ‘한살림’에서 구매했다. ‘한살림’ 조미료는 국내산 유기농 재료로 만들어서 믿을 수 있다.
조청은 유리병에 담겨있었다. 유리병을 열어 숟가락으로 퍼 보았다. 조청의 농도와 끈적임은 난감 그 자체였다. 꿀보다 훨씬 되직하며 꿀과 엿의 중간 단계쯤이다. (왜 꿀 통이 아닌 유리병에 담겨 있는 지 알겠음)
이 조청을 어찌할까요...
사용하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
조청을 뜰 때는 계량스푼과 알뜰 주걱을 준비한다. 물기 없는 계량스푼으로 조청을 푼다. 계량스푼을 재빨리 돌려서 흘러내리는 조청을 감아내며 계량컵으로 옮긴다. 알뜰 주걱으로 숟가락에 묻은 조청을 싹싹 걷어서 계량컵에 담는다. (꿀이나 물엿처럼 저절로 떨어지지 않아요.) 글로 표현하기도 어렵구먼...
*조청 호두 조림 만들기(호두 2컵 기준)
1. 호두는 끓는 물에 1분 데친 후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 (데쳐서 불순물을 제거해 주면 양념이 잘 베어서 맛이 좋다.)
2. 냄비에 물 100ml에 진간장 1스푼, 조청 1스푼, 맛술 1스푼, 생강즙 1스푼(생략 가능)을 넣고 바글바글 끓인다.
3. 호두를 넣고 센 불에서 조린다.
4. 국물이 사라지면 참기름 한 스푼 넣고 섞어준다.
조청으로 코팅한 슈퍼푸드 완성이다.
생강향이 나는 자극적이지 않은 은은한 단맛이 좋다.
설탕이 들어간 호두조림과 비교할 때 반짝이는 비주얼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조청을 만드는 과정을 찾아보니 음식 문화재급이다. 조청을 다룰 때의 번거로움은 조청이 주는 이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앞으로 조청을 사랑하게 될 것 같다.
호두가 좋다는 건 알았지만 영양과 효능을 찾아보니 놀라울 정도다. (귀찮아도 매일 먹자.)
몸에 좋은 단맛을 내는 조청의 효능에 더 놀랐다. (이런, 안 먹을 수 없잖아.)
그렇다면 조청으로 코팅된 호두는 얼마나 좋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