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손내밥 Feb 12. 2024

오늘만큼은  운동을 정말로 하기 싫다면

운동을 할 수 있는 방법


  

나는 건강상의 이유로 7개월 전인 지난해 여름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내게 건강을 되찾고 싶다면 근육 운동을 주 3회 이상 해야 한다고 하셨다.     


태생부터 운동을 싫어한 나는 꼭 해야 하는 운동(체육수업)만 했다. 지금까지 내가 돈을 주고 했던 운동을 생각해보니 20대 초반에 살을 빼겠다며 했던 헬스와 아이를 가졌을 때 했던 임산부 요가 정도다.


결혼 후에 한 운동이라곤 걷기와 반려견을 위한 산책이 전부다. 작년에 반려견이 무지개 다리를 건너간 이후로는 그나마 했던 산책도 그만두었다.


그런데 주 3회나 근육 운동을 해야 한다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하지 않았던 일을 내 일상으로 끼워 넣기는 쉽지 않았다. 게다가 운동은 시간과 돈과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일이다.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근육 운동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헬스였지만 헬스처럼 지루하고 힘든 운동은 할 자신이 없었다. 남자들이 웃통을 벗고 근육을 드러낸 헬스장 광고 현수막을 자주 보았지만 나와 관계없는 일이었다.   

   

헬스를 제외한 댄스, 요가, 필라테스, 트램폴린 운동 등 유산소와 근육 운동이 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운동을 찾아보았다. 시간과 위치, 금액을 따져보니 적당한 운동이 없었다. 멀고 비싸고 시간이 안 맞았다.    

 

아파트 커뮤니티센터에 있는 헬스장이 떠올랐다. 가깝고 금액이 싸다. 시간도 자유롭다. 헬스는 하고 싶지 않은 운동이지만 시간과 위치 금액 등을 생각하니 더 나은 대안이 없었다. 2주 이상 적당한 운동을 찾아보다가 결국 헬스를 한 달만 다녀보기로 했다.     


퇴근하고 오면 몸은 젖은 솜처럼 무거웠다. 벌러덩 드러누워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기운을 내려면 당을 먹으면서 기운을 차려야 했다. 먹고나서 배가 부르면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퇴근을 하자마자 바로 운동을 하는 것으로 루틴을 만들었다. 집에서 뭉그적거리다 보면 운동을 하기 싫어질 것이 너무도 뻔하기 때문이었다.     

 

운동 습관을 만들기 위해 일주일은 절대로 빠지지 않기로 나와 약속했다. 그렇게 일주일은 이를 악물고 다녔다. 일주일이 지나자 다시 일주일을 늘렸다. 그렇게 한 달을 채웠다.


인바디를 재보니 근육량이 500g 늘어 있었다. 누군가는 코웃음을 칠 근육량이지만 나에겐 한 달간 노력해서 이뤄낸 값진 근육이었다. 무더위를 이기며 운동을 해낸 나 자신이 기특했다. 앞으로도 근육은 계속 늘어날 거란 확신과 자신감이 생겼다.     


한 달 동안 습관이 들었으니 다음 달부터는 주 3회만 다니기로 했다. 하지만 그 세번이 결코 쉽지 않았다. 7일 중 7일을 채우는 것보다 3일을 채우는 것이 더 힘들었다.


더워서, 비가 와서, 배가 고파서, 머리가 아파서. 졸려서 등 핑계도 다양했다. 미룰 수 있는 날이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미루고 미루다 일주일에 1~2번만 겨우 갔다.

그렇게 내 약속은 핑계와 함께 미뤄져 갔다. 한 달 후 인바디 결과 지방만 늘고 근육량은 줄어서 제자리로 돌아갔다. 몸은 정직하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 이후로는 특별한 일정이 없다면 매일 운동을 간다.


그런데도 운동은 가고 싶은 날보다는 가고 싶지 않은 날이 더 많다.   

  

운동을 정말로 정말로 하고 싶지 않은 날이라면 이렇게 하면 된다.

확실한 효과가 있다.


운동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즉시     


운동복을 입고

운동화를 챙겨서

헬스장으로 가라!   

  

그거면 된다.

그러면 그다음은 저절로 된다.    

 

오늘 운동하러 갈까 말까 고민하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생각하지말고 바로 헬스장으로 가자.

생각은 거의 핑계다.


직장에서 모든 에너지를 쓰고 와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날이라도

젖은 솜처럼 몸이 무거운 날이라도

배가 불러서 속이 더부룩한 날이라도     

헬스장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 나는 운동을 하게 된다.

    

출입문을 여는 순간

쿵쿵대는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

헬스장 특유의 운동기구 냄새가 난다.     


헬스장 안에는

러닝머신을 달리고 있는 사람들

무거운 기구를 낑낑거리며 들고 있는 사람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있는 사람들

벨트마사지기를 하는 사람들 등 운동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타자이면서 서로의 운동을 돕는 동료들이다.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운동을 하고싶은 욕구가 생겨난다.     


헬스장에 들어서면

쪼그라져 있던 나의 운동 본능이 눈을 뜬다.

모든 인간 안에는 운동 본능이 있다.

우리 몸은 움직이고 싶고 뛰고 싶어한다.

경직된 몸을 펴고 싶어한다.  

   

믿지 못하겠다면 당장 헬스장으로 가보라.

겉옷을 벗고 팔목에 보호대를 감아라.

스트레칭으로 팔을 늘리고 다리를 늘려라.

허리를 펴고 머리를 뒤로 젖혀보라.

러닝머신에 올라가서 천천히 걸어보라.

걷다 보면 좀 더 빠르게 걷고 싶어진다.

빠르게 걷다 보면 뛰고 싶어진다.

뛰다 보면 깨어난 운동 본능이 당신을 이끌 것이다.   

   

내 운동 시간을 채우고 나면 무거웠던 몸은 가뿐해진다.

근육은 뻐근하지만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볍다.      

마음은 오늘도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뿌듯하다.      

"오늘도 해냈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이런 경험을 누차 하면서도

오늘은 운동가기가 싫다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라떼 타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