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가치를 전하는 초록노동자입니다.
출근길을 반겨주는 향기
매일 아침 식물들로 둘러싸인 건물로 출근합니다. 비가 내린 다음날, 차를 주차하고 내리니 청량한 공기 속에서 꽃향기가 났습니다. 몸속 깊이 꽃향기가 스며들도록 눈을 감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어요. 한 번, 두 번, 세 번.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오, 너였구나. 이런 향기였던가?" 도로변에 심어놓은 나무의 꼭대기에 떡하니 자리 잡은 칡꽃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옆 나무의 꼭대기에 있던 칡은 며칠 전 줄기가 잘렸는지 잎이 이미 말라 있었어요.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칡은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입니다. 더 퍼지기 전에, 사람이 심어놓은 나무를 덮어버리기 전에, 가꾸어 놓은 마당을 해치기 전에 제거해야 하는 대상이지요. 우리나라에서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일본에서 유입된 침입 외래종인데요. 원래 살고 있던 자생종들을 피압해서 고사시키는 식물로 악명이 높습니다. 우리나라도, 미국도 어떻게 하면 시간과 노력, 비용을 덜 들이면서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습니다.
어디서나 덩굴을 뻗어나가는
우리나라에서는 도시를 제외한 어디에서나 칡을 볼 수 있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에서 분포 지도를 살펴보면, 칡은 전국에 퍼져 있습니다. 제주도, 서해안의 섬들, 심지어 울릉도까지요.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 칡뿌리는 배고픔을 달래주는 귀한 식량이기도 했을 텐데요. 지금도 한약의 약재로 쓰이거나 차로 마시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여전히 골칫덩어리 식물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흔한 칡을, 과연 영원히 제거할 수 있을까요?
인간 없는 세상에서도 살아남을 식물
사람들이 싫어하든 말든, 칡은 자기의 역할을 다합니다. 때가 되면 싹을 틔우고, 잎을 키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지요. 줄기가 잘려 꽃을 피울 기회를 잃지 않는다면, 원래의 계획대로 생활사를 마치고 자손을 퍼뜨리겠지요. 질긴 생명력 덕분에 어쩌면 우리보다 더 오래 이 지구상에 살아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인간 없는 세상>이라는 책에서 예측하듯이, 인간 없는 세상이 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을 가장 먼저 뒤덮어버릴 덩굴식물이 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