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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ll Light Oct 30. 2022

퍼스트 펭귄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펭귄 산책


일본 홋카이도의 아사히야마 동물원에는 동물원을 대표하는 마스코트 펭귄이 있다.

가능한 동물의 본성을 살려 동물의 습성을 그대로 전시하는 콘셉트로 낙후된 동물원을 살리고 유명하게 만든 훌륭한 펭귄들이다. 한마디로 펭귄 스스로가 자신과 동물원을 먹여 살린 좋은 사례로 알려져 있다.


사육사는 펭귄이 산책하기 좋은 날씨를 꼼꼼히 체크하고 산책 여부를 결정한다. 마침 내가 갔던 날은 펭귄들의 산책이 예정되어 있었다. 펭귄들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었다. 사람들이 양쪽으로 길을 만들고 기다리고 있으면 펭귄들이 사육사들과 함께 눈 길을 걷기 시작한다. 사육사들은 펭귄들에게 특별하게 지도나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 그냥 펭귄들이 걷기 시작하면 펭귄의 속도에 맞춰 뒤에서 따라 걷는 정도다.


펭귄은 매우 천천히 걷고 또 앞에 가는 동료를 그대로 졸졸 따라간다. 앞서 가던 펭귄이 멈추면 따라 멈추고 기다렸다가 맨 선두의 펭귄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다시 따라서 움직인다. 어느 한 마리도 선두 펭귄보다 먼저 걸어 나가거나 샛길로 새는 펭귄이 없다. 보고 있으면 답답할 정도로 앞 펭귄의 뒤만 졸졸 따라다녔다.


그러다 선두 펭귄이 잠시 샛길로 빠졌다. 여지없이 선두를 따르던 펭귄들도 샛길로 따라간다. 나는 펭귄의 이런 습성을 처음 보고 이것이 과연 펭귄의 무리에 도움이 되는 본성인지 궁금해졌다. 선두를 잘 따르는 착한 펭귄들이긴 하지만 무리를 이끄는 리더가 되는 선두 펭귄이 잘 못 된 길로 이끌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펭귄에 대해 찾아보다가 이런 펭귄의 습성에서 '퍼스트 펭귄'이라는 용어가 유래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귀여운 펭귄들의 습성을 관찰하다가 우연히 재미있는 이론까지 알게 됐다.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이란? 모두가 머뭇거리고 눈치만 볼 때 가장 먼저 바다로 뛰어드는 펭귄을 의미한다. 현재의 불확실성을 넘어 용감하게 도전하는 선구자를 뜻하는 용어로,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력을 갖고 새 시장에 과감히 뛰어드는 기업이나 사람을 말한다.


먹이가 있는 바닷속으로 용감하게 가장 먼저 뛰어드는 펭귄이 퍼스트 펭귄이다. 나머지 무리는 퍼스트 펭귄을 따른다. 퍼스트 펭귄은 뒤따르는 펭귄보다 바다표범에게 잡혀 먹힐 확률이 높다.

한마디로 행동을 유발하는 과감한 실천가를 뜻한다.

무리에서 꼭 있어야 할 존재이지만, 한편으로 퍼스트 펭귄을 맹목적으로 믿고 따르는 위험성을 생각해 본다.




펭귄들의 산책이 시작되었다.



맨 앞 선두의 펭귄이 중간에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옆 길로 샜다. 따라오던 다른 펭귄들이 따라서 기다리고 있다.




앞에 가는 펭귄의 뒤를 잘 따르고 있는 펭귄들.



수조 안에서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는 펭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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