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남기고 간 마지막 선물

떠난 강아지를 그리워하며

by Fill Light




노견이었지만 갑자기 떠난 강아지와의 이별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더 잘해주지 못한 죄책감으로, 나중엔 그리움으로.

보고 싶다, 보고 싶다…




강아지가 죽고 난 뒤에 제일 먼저 허전하게 느꼈던 것은 매일 하던 루틴이 사라진 것이었다. 16년 간 매일 이른 아침, 눈 뜨자마자 하던 일은 강아지 배변을 위해 문을 열어 주는 일이었다.

강아지는 마당이 있던 집에서 살던 습관으로, 옥상이 있는 지금의 집에서도 계속 실외 배변을 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심지어 강아지가 아플 때도, 똥이 마려우면 하염없이 문 앞에 서 있는 강아지에게 나는 늘 하소연했다.


“집 안에서 누면 안 되겠니?”



강아지가 떠난 후에는 마음이 아파서 한동안 옥상에 가지 못했다. 아침마다 강아지 똥을 누이고 치우고 하던 귀찮았던 일은, 아주 행복했던 일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옥상에서 강아지가 남기고 간 마지막 선물을 발견했다.

강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날에 남겨 둔 조그만 똥 몇 개, 이럴 줄 알았으면 매일 똥을 치우지 말걸…

강아지가 남겨 놓은 반가운 흔적은 그렇게 추운 겨울 내내 같은 자리에 잘 있었다.


떠난 강아지가 많이 보고 싶을 때마다 옥상에 가서 똥 조각을 보며 마음을 달랬다.

그런 나를 보며 엄마가 말했다.

“그렇게 좋으면 가져가서 잘 보관하지 그래?”


“엄마, 똥도 소중하지만,
똥이 여기에 있어서 더 좋은 거예요.”



마지막 똥이 봄비에 녹아 없어질 때까지 생각날 때마다 옥상에 가서 똥을 바라봤다. 그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됐다. 야속하게도 12월 25일에 떠난 우리 강아지야. 똥 선물 고마웠다.




강아지를 떠나보낸 지 석 달이 지났다.

가족에게는 티 나지 않게 아무렇지 않은 듯 생활하지만, 마음 깊은 곳은 늘 아리다.

이젠 바라볼 강아지 똥도 사라졌지만, 그리워하는 마음만으로 괜찮다. 언젠가 다시 만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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