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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현 Jan 08. 2021

오늘도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넷플릭스 '치유': 편두통 환자의 치유일지

"오늘도 시작이네." 매일 아침 일어나면 '그' 전조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먼저입니다. 뒷머리와 뒷목 쪽이 뻐근하고 눈썹 앞머리쪽이 띵하면서 턱이 뭔가 잘못 맞춰진 듯한 느낌, 왼쪽 눈의 시야가 흐려집니다.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지금 진통제를 먹으면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은... 실패입니다. 아무것도 못하는 하루가 추가되었습니다. 


저는 "편두통"환자입니다. 학교다닐 때도, 회사에서도 편두통이 있다 이야기하면 너도나도 편두통이 있다며 외칩니다. 그래서 왠지 편두통때문에 조퇴나 반차, 심지어는 결석을 이야기하면 꾀병으로 볼 것만 같아 최악의 상황이 올 때까지는 꾹 참습니다. 두통은 바쁜 현대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겪는 흔한 질병이기도 하고, 스트레스 받으면 누구나 "아, 머리아파!"를 외치니까요. 


두통을 겪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얼마 전 <생로병사의 비밀>을 엄마와 함께 보면서 알았습니다. 저만 두통으로 고생하는 것이 아니라 저처럼 심한 사람들도 이렇게 많구나 느껴져서 위로도 되고 어서 확실하고 빠른 치료방법이 개발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커졌습니다. 제가 편두통을 진단받은 때는 2018년, 응급실에 실려간 후였습니다. 그 때는 이미 편두통을 앓아온 지도 10년이 넘은 시점이었어요. 치료없이 긴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이미 증상은 많이 심해졌고, 편두통이 시작되면 일상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된지도 꽤 되었습니다. 응급실에서 편두통을 진단받기 전에는 병명이 뭔지도 모른 채, 단순히 소화가 되지 않아서 체하거나 체력이 떨어져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구토가 심하고 울렁거리니 체한 줄 알고 증상이 나아질 때까지 밥도 먹지 않고 소화제만 먹었습니다. 여러 번의 수술 후에 체력이 약해지니 편두통 증세는 더 심해졌고, 제대로 먹지 못해 저는 점점 더 야위어갔고, 음식을 먹는 것이 무서워졌습니다. 먹으면 또 토할 것이 뻔했으니까요. 두려움이 심해져 몸은 먹는 것을 거부했고, 건강은 점점 악화되었지만 해결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한의원에서는 제 몸과 같은 상태를 '시체'와 같다고 표현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소화가 안되고 체한 것이 아니라 "편두통"때문이었다니! 충격적이었죠.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타온 약을 다 먹고는 외래진료를 받으러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서는 의사 선생님과 2-3분 정도의 상담 후에 약을 지어줍니다. 매일 먹는 '예방약'과 편두통이 시작되면 먹는 '진통제', 진통제도 듣지 않을 때 먹는 '끝판왕 격의 진통제'. 예방약도 사실 진통제입니다. 근육이 긴장하여 굳어져서 발생하는 두통을 없애서 편두통으로 발전하지 못하게 해주는 약이지요. 시야에 번쩍이는 것이 보이고 흐려지고, 울렁거리면서 모든 감각이 예민해져서 빛, 소리, 냄새에도 턱이 굳어지며 구토하기 직전의 상태가 됩니다. 이렇게 편두통이 시작되면 먹는 진통제도 백프로 작용하진 않습니다. 편두통 증세가 나타나면 그날 하루는 버리는 날이라 생각하는 것이 빠릅니다. 최악으로 증상이 치달으면 끝판왕 진통제를 먹습니다. 하지만 그 때가 되면 기어서라도 그냥 집에 가는 게 낫습니다.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계속 구토하고, 시야가 흐려져 잘 보이지도 않고, 온 몸이 떨리고 식은땀에 옷이 다 젖습니다. 누군가가 도끼로 내 머리를 맥박뛰는 속도에 맞춰서 찍어내리는 통증에 차라리 이렇게 머리가 깨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심한 편두통으로 두어 달에 한 번씩은 병원에 꼭 갈 때면 회사에서도 많이 눈치가 보였습니다. 고작 현대인의 고질병인 '편두통'으로 병원에 가다니! '워낙 체력이 약하고 아픈 곳이 많긴 하지만 별 게 다 심하고 유난스럽네'라는 눈빛들을 자주 마주합니다. 대학병원에 다니기 전에는, 그 후에도 병원에서 준 약이 듣지 않으면 일은 해야하니 울면서 진통제를 입에 털어넣습니다. 약국에서 산 진통제도 하루에 5알까지 먹지만 잘 듣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사자 외에는 이 고통을 아무도 모릅니다. 직접 겪어보지 않았으니 당연할테지요. 이해하지만 외롭기도 하고 막막합니다. 앞으로 이렇게 평생을 살아야 할까. 언제까지 나는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는 있을까,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에 자괴감이 듭니다. 


대학병원을 2년 정도 다녀도 진통제를 넉넉하게 받는 것 외에는 다른 근본적인 치료방법은 없는 것 같아 절망적이었습니다. 그 때 동생의 친구가 편두통이 심했는데 싹 나았다는 병원을 추천받아서 갔습니다. 그 곳에서는 제 편두통의 원인을 찾게 되었어요. 뇌로 들어가는 혈류가 왼쪽, 오른쪽이 너무 심하게 차이가 난다고 했습니다. 한 쪽은 고요하고, 다른 한 쪽은 역류할만큼 혈류가 거세고 빨라서 편두통이 유발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역시 매일 먹는 약을 처방해줍니다. 그 약을 먹으니 조금씩 괜찮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텀이 조금 길어져 2-3주에 한 번 편두통이 생길 뿐이지 더 이상의 차도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회사도 때려치고 집에만 들어앉아 있고 싶었던 그 때, 자연적으로 몸이 치유할 수 있게 해주는 자연치유를 소개받았습니다. 하지만 한의원에서도, 대학 병원에서도, 신경과 전문의도 치료하지 못했던 것을 제 몸이 어떻게 스스로 치유할까요? 반신반의했습니다. 다 나을거라는 희망은 버리자고 속삭이는 마음과, 그래도 이 방법이 효과가 있지 않을까 희망의 끈을 잡아보자고 속삭이는 마음이 계속해서 부딪힙니다. 일단 그래서 자연치유에 대해 한 번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반년정도 되었는데,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아지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또 한 달에 한 번은 심한 편두통으로 드러눕는 일도 있으니까요. 그러다 넷플릭스에서 <치유>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는데, 나보다 심한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연치유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자연치유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다른 방법이 없으니 조금 더 내 몸을 잘 가꾸고 치유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2021년은 몸이 스스로 올바른 순환을 하면서 몸을 정상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서양에서 자연치유를 택한 사람들의 사례를 보여줍니다. 몇 년 만에 암 덩어리가 사라졌다는 검사 결과를 받기도 하고, 다시 몇 년 후에는 재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몸은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고, 그 것을 확신하며 몸이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반드시 병은 나을 수 있다고 다큐멘터리는 말합니다. 자연치유와 우리 몸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다큐멘터리를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 부딪히면 멍이 들었다가 돌아오고, 상처가 생기면 약을 바르지 않아도 스스로 아무는 것처럼 우리 몸은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몸을 움직이는 것은 우리의 생각입니다. 무의식 중에 내가 하는 생각들이 굳어져 마음에 응어리를 만들기도, 상처를 아물게도 합니다. 무의식이 의식으로 흘러들어와 형태를 갖추면 말이 되고, 행동이 됩니다. 한 사람의 생각의 흐름과 행동은 생각의 방식이 굳어져서 표출이 됩니다. 그러니 마음 속을 들여다보고 치유하고, 몸이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내 의식과 무의식을 잘 가꾸어준다면 모든 곳에 마이너스(-)만이 가득한 현대 사회에서 데미지를 입은 우리 몸과 마음을 스스로 치유해 낼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해질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더 해빙, 시크릿, 미라클모닝의 확언과 같이 우리의 뇌를 움직여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기본적인 원리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치료와 함께 내 몸에 굳어진 생각의 방식을 플러스(+)로 돌려서 몸이 스스로 커버할 수 있는 데미지의 수준을 조금씩 늘려가보려고 합니다. 

이후에 이어지는 경과는 종종 브런치에 올리려고 합니다. 저와 같은 편두통 동지들을 위해서요. 지금까지 위축되어서, 나만 그런 줄 알고,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혼자 외롭게 편두통을 겪고 있었을 동지들과 또 다른 질병으로 고생하고 계신 분들께 하루 빨리 치료약과 치료법이 개발되어 더이상 이 세상에 아픈 사람이 없어지면 좋겠습니다. 

2021년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일만 가득한 한 해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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