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의원면직, 그 후의 목적지]

by 현이진

(2018.4-5.)


남들 다 한다는 어학연수를 가고 싶은 마음이 오래 전부터 있었어. 교대 특성상 어학 연수를 가는 사람들도 거의 없거니와 우리 집에서 나를 해외로 보내 줄 형편이 되지도 않았어. 그렇게 싸다는 교대 등록금도 대출을 받아서 다녔으니, 뭐. 그래서 당시 수중에 있는 돈과 나와 2년을 함께 출퇴근해 준 경차를 판 돈을 가지고 어학연수를 떠나기로 결심했어. 어디로?


처음 후보지는 뉴질랜드였어. 내가 수도권에서만 자라서 그런지 아니면 그냥 나이가 좀 들기 시작해서 그런지 자연을 보면 그렇게 좋더라고.(그렇다고 아직 꽃 사진만 몇 백장 찍는 정도까지는 아니야.) 천혜의 자연을 품고 있는 뉴질랜드에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어. 나도 모르게 뉴질랜드 이민카페에 가입되어 있었다고 했잖아. 그런데 내 발목을 잡은 건 시기였어. 5월에 퇴직을 하고 준비되는 대로 나가려고 생각했는데 마침 뉴질랜드는 그 때가 겨울이 시작하는 시기인거야. 나는 수족냉증이 있어서 겨울과는 상극인데 좀 걱정이 되더라고.

"우리나라 겨울처럼 엄청 춥지는 않은데 온돌문화가 아닌데다가 전체적으로 따뜻한 기후의 나라이다 보니 난방시설이 그리 좋지 않더라구. 그래서 실내에서는 그 뭐랄까, 속이 시린 느낌? 이 있었어."

대학시절 방학 때 뉴질랜드에서 어학연수를 했던 친구가 해준 이야기였어. 그렇게 뉴질랜드가 첫 번째 목적지에서 탈락했는데 이 때는 몰랐지. 추위를 피하려던 내가 영국의 시리고 축축한 겨울을 나게 될 줄은.

잠깐 내가 경험한 영국의 겨울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겨울에 3시 반이면 해가 지기 시작하고 일주일에 몇 차례씩 비가와. 헌터부츠가 괜히 유명해진게 아니야. 진짜 멀쩡하던 사람도 우울해질 것 같은, 나에겐 그런 계절이었어.


두 번째 후보지는 캐나다였어. 우리나라와 같이 북반구이니까 계절이 같아서 그 시기에 딱 좋은 날씨였어. 워낙 캐나다의 자연이 예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 밴쿠버는 그 시기에 정말 날씨가 좋다고 하더라고. 마침 지인이 그 곳에 살고 있어서 어떤 정보를 얻으려고 연락을 해보았지만 그 과정에서 뭔가 일이 착착 진행되기 보다 괜히 찜찜한 느낌이 있었어. 한 마디로 아다리가 안 맞더라.


세 번째 후보지는 탄자니아였어. 탄자니아에서 1년간 단기선교를 마치고 막 들어온 친구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 친구가 나에게 방향을 제시해 주었어. 그 곳에서는 현직에 있던 교사가 봉사를 하러오면 무조건 좋아할 거다,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시내에 있는 영어학원을 다닐 수도 있고, 주일에 영어예배를 드리는 곳에 갈 수도 있다고 했어. 나는 약간 가슴이 뛰었어. 사실 나는 선교에 관심이 있거든. 그곳에 필요가 있다면 가서 봉사하면서 영어도 배우고 몇 개월 뒤에 따뜻할 때 뉴질랜드로 넘어가도 좋겠다고 생각했지. 친구와 선교사님간에 몇 번 얘기가 오갔어. 그런데 그 쪽에서 친구의 예상과는 다르게 그리 나를 반기시는 것 같지 않더라고.


마음이 쪼들리기 시작했어. 이미 학교에서는 퇴직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나는 내가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몰랐던 거야.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하게 되었어. 혼자 말씀도 보고 기도도 하는 시간을 며칠 보내다가 갑자기 기도실에서 한 가지가 떠올랐어. 하와이에 YWAM이라는 선교단체가 있는데 그곳에 봉사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나는거야. '아 이건가? 주님이 이곳으로 나를 인도해주시는 건가?' 집에 와서 자세히 찾아보기 시작했어.

하와이? 너무 마음에 들었지. 따뜻하고 아름다운 자연이 눈 앞에 그려졌어. 그 선교단체에서 일을 도와주는 대신에 숙소와 식사를 제공받을 수 있어. 무급이긴 하지만 나는 '이거다' 싶었지. 예산이 넉넉한게 아니니까 그곳에서 몇 개월 보낸 뒤 천천히 다음 진로를 찾으면 되겠더라고. 지원 메일을 보내고 더 알아보니 YWAM은 하와이에만 있는 단체가 아니라 전세계에 1200여개의 센터가 있는 무지하게 큰 세계적인 단체였어. 그래서 영어권을 좀 찾아보다가 영국에 있는 센터를 발견하고 그곳에도 지원 메일을 보내게 되었어.


하루 만에 양쪽에서 모두 답장을 받았어. 해외는 한국처럼 일처리가 빠르지 않다더니, 그것도 아닌가보네 하면서 메일을 열어봤어. 하와이에서는 지원시기가 정해져 있어서 조금 기다렸다가 지원을 해야한다고 했고, 영국에서는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담긴 브로셔와 자세한 지원양식을 보내준거야. 동그란 모양으로 잔디가 깔린 들판을 귀여운 집들이 둘러싸고 있는, 너무나 아름다운 센터의 사진을 보니 이미 내 마음은 그곳에 도착해있더라고. 영어로 답해야 하는 여러 질문들이 가득한 지원서와 추천서, 화상면접, 예방접종 등의 많은 절차를 거치고 나서 어느새 허락메일을 받게 되었어. 광대가 올라가고 발걸음이 가벼워질 정도로 나는 너무 신이 났지. '나 이제 워러 /ˈwɔ·t̬ər/ 가 아니라 워터/ˈwɔː·tər/, 영국식 발음 배우게 되는거야?'

그렇게 나는 영국으로 가게 되었어.


영국으로 가는 준비과정


keyword
이전 01화[#1 초등교사 그만두기]